[위기의 빈 살만] ② 사우디 경제 지렛대 국부펀드, 왕세자 야심에 ‘휘청’

입력 2024-06-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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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규모 프로젝트로 돈 벌던 PIF
빈 살만 지시에 국내 투자에 집중
변동성 커져 수익성 유지 힘들어져
전 세계 친환경 움직임에 재원 조달도 압박

▲세계 주요 국부펀드 자본 현황. 기준 2023년. 단위 10억 달러. 위에서부터 사우디(PIF)/싱가포르(GIC)/UAE(무바달라)/UAE(ADIA)/캐나다(CPP)/캐나다(BCI)/싱가포르(테마섹)/카타르(QIA)/UAE(ADQ)/캐나다(OTPP). 출처 이코노미스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휘하는 ‘비전2030’의 핵심 재원으로, 네옴시티 프로젝트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 PIF가 왕세자의 과도한 야심에 휘청거리고 있다. 또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해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탈석유로의 전환과 동시에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PIF가 비전2030 임무를 맡았던 2017년부터 지금까지 수익률은 연간 약 8% 수준이다. 이는 당국이 설정한 최소 목표치인 7%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지만, 실제 달성하려는 목표치에는 훨씬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PIF 수익률이 주춤한 가장 큰 이유로는 지나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꼽힌다. 그간 PIF는 우버 지분을 35억 달러(약 5조 원)에 인수하거나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 45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 거액을 투자해 재미를 봤다. 그러나 비전2030이 시작한 이후 빈 살만 왕세자가 해외에서만큼 국내에서도 투자할 것을 지시하면서 상황은 틀어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매년 최소 1500억 리얄(약 55조 원)을 국내에 투자하라고 PIF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PIF가 최근 5년간 설립한 회사는 93곳에 달한다. 건강부터 스포츠, 관광에 이르기까지 13개 전략 부문에서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일관된 투자 방식으로 수익을 꾸준히 내던 과거보다 변동성이 커지게 됐다.

친환경으로 탈바꿈한다는 왕세자의 전략도 중동 오일머니 대명사인 PIF에는 부담이다. 현재 PIF는 정부로부터 자산 대부분을 지원받고 있다. 3월 사우디 정부는 약 1640억 달러 상당의 사우디 아람코 지분 8%를 PIF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PIF의 아람코 지분은 두 배로 늘었다. PIF는 이렇게 모은 지분을 토대로 배당금을 받거나 차입을 진행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그러나 사우디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이 펼쳐지면서 이들 재원 중 상당 부분이 압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PIF의 지출은 계속 더 늘고 있지만, 석유 수요는 줄고 정부도 더는 이런 방식의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PIF의 현금은 2022년 말 500억 달러에서 지난해 9월 말 150억 달러로 줄었다.

이 밖에도 지난해 1분기 사우디의 외국인 직접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에 머무는 등 PIF가 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 국부펀드는 탈석유 전환을 가속하고 눈부신 수익을 내라는 불가능한 임무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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