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입시 분리해야...킬러문항 배제가 변별력 약화로 이어져선 안돼”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이투스에듀 사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히며 “의대 정원 ‘1500명 증가’라고 통으로 생각하기보다 학생 본인들이 해당되는 전형에서의 증원 규모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가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전국 39개 의대의 2025학년도 모집인원은 전년 대비 1497명 증가했다.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까지 합치면 전국 40개 의대에서 총 4695명을 선발한다.
김 소장은 “1497명이라는 숫자 안에는 지역인재전형 등 숫자가 포함됐기 때문에 수도권에 사는 학생들이나 특정 지역이 아닌 타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그 숫자가 온전히 해당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그런데도 1497명이라는 규모에만 집중하고 있다. 실질적인 증원 규모는 훨씬 적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인재전형 등 숫자를 다 빼고 정시 수능위주전형으로만 생각해보면 250여 명 정도가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1500명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을 때와 250여 명이라는 실질적인 규모를 생각했을 때는 체감이 크게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의대 증원 규모보다 증원 과정에서의 절차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대 정원이 몇 명이 늘어나느냐가 핵심이 아니라, 입시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과정에 있던 학생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어 현재 고2 학생들은 2026학년도 전형 계획안에서 의대 정원 2000명이 늘어난다는 것을 보고 N수생이 더 몰릴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데, 현재 대입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그러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지역인재전형 규모가 늘어나면서 의대 진학이 유리한 지방으로 이사를 가는 ‘지방유학’ 현상에 대해서도 실제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실제로 지역인재전형을 위해 이사를 갔을 때 정말로 유리하겠느냐는 문의 연락이 많이 온다”면서도 “지역인재전형으로 의대에 진학하려면 지금은 해당 지역에서 3년간 고등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2028학년도부터는 총 6년을 해당 지역에 있어야 해 사실상 초등학교 때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년 뒤 일을 미리 예상하고 그런 선택을 하는 게 효율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별개의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도 공교육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수준의 문항, 소위 ‘킬러문항’을 배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소장은 평가원이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해 50~60%대 오답률의 문항 수를 늘렸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풀 수 있는 문제를 한 번에 확실하게 풀어내는 능력을 길러내는 게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김 소장은 “수능은 시간을 정해놓고 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변별력 형성은 유사한 난이도의 문제 수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서 “예를 들면 난이도 100짜리 문제는 없어졌지만, 난이도 80인 문제를 2문제만 내다가 4문제로 늘리면 문제 풀이 소요 시간이 늘어난다. 그럼 그 소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이 구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지난해 수능에서도 60%대 오답률 문항을 연속적으로 배치함으로써 학생들이 문제를 다 못 푸는 상황이 많이 생겼다”면서 “향후 학생들은 풀 수 있는 문항을 한번에 정확하게 풀 수 있도록 학습하는 게 중요하다. 두번 푸는 순간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현재의 입시 구조가 학생들이 제대로 된 학습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수시 전형을 강조하면서 수능 최저등급기준만을 맞추기 위해 공부하는 현상이 짙어졌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보면 전체 고3 중에서 수능 공부를 하는 아이들 중 70% 정도는 수능 최저등급기준만을 위해 공부한다”면서 “대학들이 수능 최저 기준에 탐구를 두 과목 반영하는 경우가 드물고, 보통 ‘2개 영역 등급합’으로 기준을 삼다보니 영어와 탐구 한 과목으로만 최저 기준을 맞춘다 생각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습 완성도가 얼마나 좋겠느냐”고 반문하며 “수시 중심의 입시 구조를 강조하다보니 특정 과목만 골라 공부하는 폐해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교육과 입시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공교육의 정상화’가 입시 문제와 혼동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교육부는 합리적인 대입 전형을 운영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대학을 선정해 재정 지원을 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입 공정성과 책무성 확보 △수험생의 대입준비 부담 완화 △고교교육과 대입전형 간 연계성 제고 등을 중심으로 평가해 높은 평가를 받은 대학에 최대 7억 원 가량의 지원금을 준다.
김 소장은 “교육과 입시를 분리하고, 입시에 대해 인정하는 게 우선”이라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이야기하는 이들 대부분은 공교육의 정상화가 입시와 관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공교육 기관은 입시를 하는 기관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공교육이 정상화된 모습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런 부분에 대한 논의부터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과 입시를 분리하지 않다보니 입시에서 혼란이 가중된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교육은 줄을 세우면 안 되지만, 입시는 줄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교육과 입시를 분리하지 못하니까 수능에서의 킬러문항 배제가 곧 변별력 약화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잔인한 시험은 어려운 수능이 아니라, 줄을 못 세우는 수능”이라고 강조하면서 “작년 수능 사회탐구 과목 ‘생활과윤리’의 경우 백분위 점수가 이론적으로 13개가 있어야 하지만, 단 2개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즉 시험이 너무 쉽게 출제돼 한 문제만 틀려도 바로 백분위가 크게 하락했다는 의미다.
김 소장은 “수능에 대해 쉽냐 어렵냐의 문제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을 더 발전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 강의를 시작해 19년간 동안 학원에서 국어 강의를 했다. ‘Easy to Study’로 시작한 이투스에서 지난 2017년부터 교육평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