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로 국내 정보 넘어갈 수도” IT업계는 반대하는 '마이데이터'

입력 2024-06-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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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데이터 유출ㆍ개인정보 침해 등 우려
데이터 유지ㆍ관리 비용도 기업에 부담
개보위 “업계와 충분한 의견수렴과정 거칠 것”

▲4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스페이스'에서 마이데이터 관련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이은주 기자 letswin@)

IT업계가 정부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데이터 산업의 부흥을 위한 법안이 오히려 국내 IT 산업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IT 업계는 국내외 경쟁사로의 데이터 유출, 개인정보 침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전응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4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스페이스’에서 열린 마이데이터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현재 법리에 따르면 아마존, 이베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외국 사업자에도 전송요구권 규정이 적용된다”며 “한국 기업의 정보가 외국 기업으로 갈 수 있고 반대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송요구권은 특정 기업 및 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의 요구에 따라 다른 사업자로 옮길 수 있는 권리다. 김현경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도 “유럽과 달리 자국 플랫폼을 보유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규제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각종 기관 및 기업에 분산돼 있는 본인의 개인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현재 금융권에만 적용되는 마이데이터를 보건의료, 통신, 유통, 에너지 등 분야에 확대 적용하기 위해 지난달 1일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전송요구권 관련 조항이 신설됐다.

이날 토론회에선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신동 한국외국어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사람의 개인정보만 넘길 땐 문제되지 않겠지만, 메타 데이터(다른 데이터를 설명하는 구조화된 데이터)를 넘길 땐 기업의 영업비밀이 이전될 수 있다”며 “인지하지 못한 개별적 정보에 대해 포괄적 정보요구권을 행사하다 보면 민감 정보가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타사로 데이터를 넘겨야 하거나, 데이터 유지ㆍ관리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도입으로 데이터를 경쟁사에게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를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교수는 “데이터 유지 비용이 상당할 텐데, 비용 지출에 비해 새로운 사회적 부가가치가 작다면, 기업들이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새로 바뀐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대상 기업은 연 매출 1500억 원 이상 또는 플랫폼 이용자 수 100만 명 이상의 통신판매업체와 통신판매중개업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업계와 지속 소통하겠다고 했다. 황지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범정부 마이데이터 추진단 과장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정보 전송 의무 대상이 아니”라며 “유통 분야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대해 전송 의무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업자로 국내 기업의 정보가 유출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해외수신자에게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을지 가능성을 자세히 검토하고 충분한 의견수렴과정을 거치겠다”고 답했다.

황 과장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정보 전송자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대기업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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