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로봇청소기 소홀한 틈에 시장 장악
“삼성ㆍLG전자 꽉 잡고 있는 스틱청소기 시장 쉽지 않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을 장악한 중국 브랜드가 무선청소기(스틱청소기)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오랜 기간 신뢰도를 기반으로 청소기 시장을 지켜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인 로보락은 최근 무선청소기 ‘로보락 Flexi (플렉시) 시리즈’를 출시했다. 건식(흡입)에 습식(물걸레), 자동 세척, 고온 건조 기능이 탑재된 제품이다. 이에 앞서 올해 초에는 물걸레‧진공‧핸디형 청소가 합쳐진 ‘다이애드 프로 콤보’도 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로봇청소기로 이름을 알린 로보락이 무선청소기를 출시한 것은 단순 제품군 확대가 아닌, 기존 가전 업체에 대한 ‘도전장’이라고 보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국내 기업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던 분야였으나 무선청소기는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권을 가진 영역이다. 로봇청소기가 ‘옵션’이라면 무선청소기는 ‘필수’ 가전으로 불리는 만큼 두 회사가 지켜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무선청소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청소기 브랜드 다이슨이 본격적으로 개척하기 시작한 국내 무선 청소기 시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뛰어들었고, 현재 국내 두 회사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무선청소기 시장에 로보락의 진출은 로봇청소기 인기에서 비롯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로보락은 수년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로보락의 국내 매출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91억 원, 280억 원, 1000억 원, 2000억 원으로 뛰었다. 2022년 25%였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5.5%로 증가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저가로 승부하는 제품도 아니다. 4월 공개한 ‘S8MaxV Ultra’의 출시 가격은 184만 원이다.
어쩌다가 비싼 중국 기업의 제품이 한국 시장을 점령하게 됐을까. 많은 소비자들은 로보락이 자동 세탁에 건조 기능까지 추가된 물걸레 청소 기능으로 시장을 선점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오래전부터 로봇청소기를 출시해 왔다. 제품군 중에는 물걸레를 부착한 제품도 있었다. 그러나 로보락이 물걸레 청소에서 더 나아가 자동 세척에 건조까지 해주는 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은 것이다.
‘가전 장인’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로봇청소기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로봇청소기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4월 스팀 살균 기능이 탑재된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를 출시했다. 기존 로봇청소기에서 물걸레 청소와 자동 세척, 스팀 살균, 열풍 건조까지 해준다.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해 바닥‧사물‧공간‧인식 능력도 추가됐다. 2일에는 ‘비스포크 AI 스팀’보다 저렴한 ‘비스포크 스팀’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LG전자는 청소와 물걸레 세척, 건조 기능을 한데 묶은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조만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능으로 장애물을 인식하고 바닥 재질에 따라 흡입력이 달리한다. 가장 큰 특징은 물걸레를 세척하는 전용 세제다. 물걸레 악취 억제에 효과적인 전용 세제를 개발했다는 것이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 포인트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로보락은 우리 기업들의 관심이 적었던 로봇청소기 시장을 선점해서 잠시 잘 나가는 것”이라며 “무선청소기는 기존 기업들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해외 업체들이 끼어드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물걸레 청소도 가능한 무선청소기를 선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