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어디갔나"…3년째 주가 하락에도 손 놓은 금호건설, 관리종목 지정 우려도...

입력 2024-06-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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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건설 CI. (자료제공=금호건설)

지난 3년간 주가가 하락하며 고전 중인 금호건설이 주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고점 대비 주가가 73%나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지만, 주가 부양을 위한 일말의 노력을 찾아보기 힘든 탓이다. 같은 기간 실적 악화로 수익성 확보에도 실패하면서 뚜렷한 반등 모멘텀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을 회피하고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오너일가를 향해 책임 경영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금호건설 주가는 3년 전 고점(1만4350원) 대비 72.43% 하락한 3955원을 기록했다. 지난 31일에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호건설 주가는 2021년 6월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다.

이는 악화한 실적의 영향이 크다. 금호건설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945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5168억 원) 대비 4.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5억 원으로 무려 70.5% 줄었다. 매출총이익은 220억 원에서 186억 원까지 떨어졌다.

당기순이익은 2022년 208억 원→2023년 7억4600만 원으로 급감하다, 올 1분기엔 급기야 -19억 원으로 손실 전환했다. 또 순이익이 많을 수록 쌓이는 이익잉여금은 2022년 3298억 원→2023년 3080억 원→1분기 3065억 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특히 현금흐름이 악화일로다. 지난해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이미 114억 원 규모의 손실을 냈는데, 1년 새 - 315억 원으로 손실 규모가 3배 가량 불어났다.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1638억 원에서 1분기 1106억 원으로 33% 쪼그라 들었다.

반면 공사나 분양을 마친 후에도 받지 못한 공사미수금은 지난해 2733억 원에서 올 1분기 3162억 원으로 불어났다. 순차입금은 1284억 원에서 1511억 원으로 커졌고, 순차입금 비율은 27%에서 33%로 증가했다. 부채총계도 1조2395억 원으로 3년 연속 부풀었다. 누적된 실적 악화로 주주들의 불만이 가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금호건설 주주들이 작성한 게시글. 책임경영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출처=네이버 금호건설 종목토론방 캡쳐)

금호건설의 최대주주는 전체 주식 3696만 주의 44.18%(1633만주)를 보유한 금호고속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95%를 들고있어 사실상 오너일가의 소유로 볼 수 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보유율은 3.86~3.96%(5월 기준) 수준이며, 보유주수는 1427만 주에 그친다.

문제는 이른바 '개미 투자자'로 불리는 소액주주들이다. 1분기 기준 금호건설 주식 보유액이 1% 미만인 소액주주는 3만2544명으로, 전체 주주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총 발행주식의 50%에 달하는 1823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소액주주들이 금호건설의 주가를 절반 가량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주주들은 우선 거래량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금호건설의 최근 6개월간(2023년 10월~2024년 3월) 거래량을 보면, 일일 최저 거래량은 9335주를 기록해 전체 발행 주식(3696만주)의 0.02% 수준에 그쳤다. 월 합계 최고 거래량 역시 131만464주에 그쳐 3.5%에 머물렀다.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규정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반기 월평균 거래량이 반기말 유동 주식의 1%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금호건설의 주가 부양책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형국이다. 자사주 매입이나 무상증자, 배당금 증액 등 주주친화 정책은 온데간데 없다.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ROE를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금호건설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호건설의 ROE는 지난해 0.22%에서 올 1분기 -1.11%로 하락했다.

실제 꾸준히 지급하던 배당금이 자취를 감췄다. 금호건설은 배당금을 2021년 주당 800원에서 이듬해 500원으로 삭감했다. 이어 지난해는 배당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았다. 증권가에선 금호건설 내부에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실적 악화의 영향으로 불발됐다는 후문이 나온다.

이와 관련 금호건설 관계자는 "올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은 경영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연내 주가 부양을 위한 적극적 행동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올 2분기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복수의 증권사들은 금호건설의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지만, 수익성이 최저수준으로 하락한 점과, 현금 감소 추세가 지속되는 점을 이유로 이익추정치를 조정해 적정 주가를 하향한 상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금호건설이 ROE를 높이기 위해선 신사업을 투자하거나 자기자본을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배당이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해야 하는 데 수익성 악화로 그럴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운용자금 확보가 우선이라 주가 부양책을 쓰긴 쉽지 않고,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52주 최저가가 나오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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