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 OLED 생산량 절반 이상 확대…한국 추월 노린다”

입력 2024-05-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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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청두 공장 3월 착공
2026년 양산 목표…삼성 의식
“LCD 시장 성공 재현 목표”

▲지난해 5월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위크 2023’ 전시회에서 방문객들이 중국 BOE의 전시장을 관람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미국)/신화뉴시스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가 청두에 짓는 새 공장을 통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량을 3년 내 절반 이상 확대를 추진하며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7일 보도했다.

BOE는 3월 청두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신규 OLED 공장 건설에 착공했으며, 약 1만 명의 근로자가 최대한 빨리 완공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BOE는 2026년 연말 IT용 8.6세대 OLED 패널 대규모 양산을 목표로 신규 청두 공장 건립에 630억 위안(약 11조8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IT용이란 노트북, 태블릿PC, 차량 디스플레이 등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중형 패널을 말한다. 8.6세대 OLED는 유리 기판 크기가 2290x2620㎜인 최신 OLED 패널이다.

천옌순 BOE 회장은 당시 기공식에서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최대 규모의 중형 OLED 패널 생산 기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닛케이는 또 BOE가 OLED에서 LCD(액정표시장치)에서 얻은 성공을 재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BOE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LCD 패널 시장을 장악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6년까지 세계 1~2위를 독차지했던 한국 LCD 업체들을 따돌린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LCD 사업을 철수했다. LG디스플레이도 같은 해 국내 LCD TV 패널 생산라인을 종료했으며, 지난해부터 생산능력을 50% 축소한 중국 광저우 LCD 공장도 매각에 나섰다.

최근 일본 샤프도 중국 저가 LCD 패널 공세에 백기를 들고 올해 9월부터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BOE의 지난해 LCD TV 패널 점유율은 26.5%로 세계 1위다.

이어 BOE는 고부가가치인 OLED 패널 시장에도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10년 전 내몽고의 오르도시에서 첫 번째 OLED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2017년 청두, 2019년 몐양에도 공장을 건설해 OLED 생산 기술을 갈고닦았다.

이번 신축 청두 공장을 올해 완공하고, 내년 9월부터 제조설비를 구축해 2026년부터는 대규모 양산을 시작한다는 한다는 목표다. 닛케이는 BOE가 한국의 경쟁사를 의식해 비슷한 양산 일정을 세웠다고 풀이했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해 2026년 8.6세대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DSCC에 따르면 글로벌 OLED 점유율은 삼성이 56%로 1위고, 이어 LG디스플레이가 18%, BOE가 12%로 집계됐다. 만약 새 청두 공장이 건설돼 생산능력이 목표대로 50% 이상 늘어난다면 점유율이 변화될 수 있다. BOE는 푸젠성에도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BOE의 맹추격에는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 BOE의 최대 주주는 베이징시가 소유한 기금으로, 회사는 작년에 순이익 25억 위안(약 4700억 원)보다 더 많은 38억 위안가량의 보조금을 받았다. 지난 10년 동안 BOE그룹에 지급된 누적 지원금은 231억 위안에 이른다.

BOE의 새 청두 공장도 국가 지원을 받아 구축되고 있다. 청두 공장은 BOE가 53%의 지분을 소유하고 나머지는 국영 기업이 소유하는 합작 회사에서 운영할 예정으로, 이에 BOE는 자금 지출을 아낄 수 있다.

한편으로는 BOE의 정부와의 밀착 관계는 위험이 따른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중국 당국이 BOE에 더 많은 생산 시설을 건설하거나 성능이 좋지 않은 시설을 구매하도록 강요하면 BOE의 생산 능력이 과도하게 높아진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미국의 대중 무역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중국의 과잉생산 이슈가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미중 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BOE의 미국 내 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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