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앞당기는 커피 한 잔…병아리콩·대추야자 ‘대체 커피’가 뜬다

입력 2024-05-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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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커피 소비량 하루 20억 잔
삼림 벌채·탄소 배출 등 악영향 우려
기후변화 가속화에 커피 재배 급감
보야지푸드 등 빈리스 커피 개발 가속화

▲과테말라 시우다드비에하의 한 커피농장에서 수확한 아라비카 커피 원두가 보인다. AP뉴시스

평범한 아침 커피 한 잔이 사회와 환경에 재앙을 가져온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당신은 덜 해로운 것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대체 커피’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은 하루 20억 잔에 달한다. 아라비카종의 나무 한 그루에서 연간 약 453~907g의 커피 원두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하루 커피 두 잔을 마시는 사람을 위해 약 20그루의 나무가 커피 원두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소리다.

커피 수요가 호황을 맞이하면서 대규모 삼림 벌채가 진행됐다. 농부들은 원두 가격 상승과 무관하게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다. 커피가 재배되고 운송, 소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도 어마어마하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서 영국으로 소비되기까지 전 단계의 탄소발자국을 분석한 결과 아라비카종 1kg당 평균 15.33kg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커피콩 자체도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최근 커피콩 생산은 가뭄, 폭염 등 이상기후 영향에 따른 작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2050년까지 커피 재배에 적합한 토지가 약 절반으로 줄어들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브라질의 경우에는 전체 약 88% 토지가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토지로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앞치마를 두른 채 음료를 따르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따라 많은 업체가 생명공학과 식품 과학을 활용해 ‘대체 커피’ 개발에 나섰다. 대체 커피는 커피콩을 병아리콩으로 대체하거나, 대추야자 찌꺼기 등 재활용된 농업폐기물과 같은 다양한 원재료로 만들어진다. 대추야자 씨로 만든 커피 등 일부 대체 커피는 이미 맛과 풍미가 기존 에스프레소와 거의 흡사해 전문 바리스타가 아닌 이상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커피나무에서 채취해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보야지푸드, 마이너스커피, 아토모, 프리퍼, 스템, 노던 원더 등 다양한 국가의 기업들이 커피 원두를 사용하지 않는 빈리스 커피를 판매하거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이 충분한 수의 사람들에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되면 ‘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커피나무에서 생산되는 전통적인 커피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비싸지면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지속 가능한 커피 대용품으로 전환하게 된다는 뜻이다.

또 이러한 변화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보야지푸드는 알레르기 환자들을 위해 이미 견과류와 코코아가 들어가지 않은 누텔라 대체품을 전국 월마트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스프레드는 ‘진짜 누텔라’와 비슷한 가격으로, 대형마트 체인에서 판매되는 가장 저렴한 ‘무알레르기 잼’으로 알려졌다.

애덤 맥스웰 보아지푸드 최고경영자(CEO)는 “개인적인 생각에 커피와 초콜릿은 소비의 경험”이라며 “사람들이 잘 아는 브랜드에서 갈아타려면 불필요한 비용이 들지 않고 대체품의 맛에 만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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