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전년 대비 반 토막
머스크 “저렴한 전기차 생산, 내년 초로 앞당길 것”
시간 외 거래서 주가 13% 이상 폭등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며 ‘어닝쇼크’에 빠졌다. 이례적인 실적 부진이었으나 저가 전기차 ‘모델 2’ 출시를 앞당긴다는 발표 덕에 주가는 반등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테슬라가 장 마감 후 발표한 실적에서 1분기 매출은 213억100만 달러(약 29조31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순이익은 아예 반 토막 났다. 작년 1분기(25억1300만 달러) 대비 55% 급감한 11억2900만 달러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영업이익률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게 충격이었다. 자동차 기업에 ‘영업이익률 10%’는 꿈의 수치다. 독일 포르쉐와 BMW 정도만 꾸준히 10%를 넘고 있다. 테슬라 역시 꾸준히 1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이 기록이 처참하게 깨졌다. 작년 1분기 11.4%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5.5%로 쪼그라들었다.
테슬라는 1분기 어닝쇼크 원인으로 27억 달러)에 달하는 악성 재고, 인공지능(AI) 기술투자에 쏟아낸 10억 달러 지출 등을 꼽았다.
그러나 시장은 그동안 우려했던 저가 전기차 출시를 앞당기겠다는 테슬라의 발표에 안도하는 반응을 보였다. 테슬라 주가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정규 거래에서 1.85% 상승으로 마감, 8거래일 만에 반등하고 나서 시간 외 거래에서는 13% 이상 폭등했다.
이제껏 테슬라의 성장세를 주도한 차는 2017년 선보인 모델 3다. 우리 돈으로 1억 원을 훌쩍 넘었던 테슬라 라인업에서 6000만 원 수준의 모델 3가 등장하자 시장은 열광했다. 뒤이어 등장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Y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실제로 테슬라의 1분기 실적을 보면 모델 3와 모델 Y의 판매 비중이 전체의 95.6%에 달한다. 다만 출시 7년을 넘어서면서 모델 3부터 판매가 감소 중이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가 저가로 이동 중인 만큼, 모델 3의 아랫급으로 등장할 모델 2에 대한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러나 모델 2 데뷔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테슬라는 당초 올해를 데뷔 시기로 제시했으나 계획이 계속 지연됐다. 심지어 로이터통신은 이달 초 테슬라가 모델 2 생산을 포기하고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택시’에 집중할 것이라고 보도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더 저렴한 전기차 출시를 포함해 수익성 있는 성장에 집중하겠다”며 “신차종 생산을 가속할 것이다. 생산에 들어갈 시기를 당초 예상했던 내년 말에서 초로 앞당길 것”이라고 말해 그간의 우려를 씻어냈다.
바이바브 타네자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1분기 실적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2분기에는 재고 증가세가 반전되고 잉여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