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자금 ‘경직’, 운용·여윳돈 4년 만에 최저…조달 규모는 역대 최저

입력 2024-04-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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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4일 ‘2023년 자금순환(잠정)’ 발표
자금운용 20조 가까이 줄어…자금조달 30조대로 축소
가계 여윳돈도 줄어…잉여자금 규모 4년 이래 최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00.4%…전년대비 4.1%p 감소

▲ 주택담보대출이 열흘 만에 1조원 이상 불어나는 등 가계대출 급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 대출 광고문이 붙어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이 7월말, 512조8875억원과 비교해 이달들어 열흘만에 1조2299억원 불어나 514조11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최근 인기를 끄는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에 일제히 연령 제한을 두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가계의 운용, 여윳돈 모두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달 규모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와 소득 증가율이 둔화된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3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규모는 158조2000억 원으로 전년(209조 원) 보다 축소됐다. 2019년(92조5000억 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금운용은 194조7000억 원으로 이 역시 2019년 181조6000억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조달규모는 36조4000억 원으로 역대 최저치다.

순자금조달은 자금조달에서 자금운용을 뺀 값으로 여유자금으로 해석한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예금 등으로 다른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기 때문에 순자금운용 주체지만, 기업은 가계 등이 공급한 자금을 가져다 써 순자금조달 상태다.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여유자금이 줄었다는 것은 가계의 소득이 줄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의 이자비용이 많이 늘었을 것이고, 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이 지속되는 등 전체적인 소득 증가율이 둔화된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증가율은 2022년과 2023년이 비슷한 수준이지만 그만큼 소득이 늘지 않아서 여유자금이 줄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피 지수가 1% 이상 하락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6.19(1.68%)포인트 하락한 2706.97을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20(0.24%)원 하락한 1348.90원을 나타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위험자산의 비중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 가운데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는 지난해 마이너스(-) 4조9000억 원으로 감소 전환했다. 2013년 7조 원 감소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진우 팀장은 “가계들이 주식의 비중을 줄였다고 볼 수 있다”며 “위험자산을 축소하는 경향이거나, 우량주 쪽으로 하면서 절대금액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09조6000억 원으로 전년(198조1000억 원)보다 축소됐다. 자금운용 규모는 30조8000억 원으로 전년도(247조9000억 원)보다 200조 원 이상 줄었다. 자금조달 역시 2022년 446조 원에서 지난해 140조4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한은은 지난해 가계와 기업의 자금운용 및 조달 규모가 감소한 것에 대해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정상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정 팀장은 “코로나 기간 중에 자금이 풀리고, 그만큼 금융 활동이 활발했다”며 “(자금운용 규모의 감소는) 일종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도하게 조달을 많이 하고 금융자산에 투자, 운용한 것이 많았다. 정상화 되고 있다”며 “작년에 금리 많이 올렸고, 전반적으로 기업, 가계 모두 자금을 조달하는데 수월한 측면이 많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일반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3조 원으로 전년(34조 원)보다 축소됐다. 자금운용은 2022년 57조 원에서 지난해 64조6000억 원으로, 자금조달은 91조 원에서 77조6000억 원으로 국채 발행을 중심으로 각각 감소했다.

한편, 작년 말 현재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4%로 산출됐다. 전년(104.5%)보다 4.1%p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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