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P-CAB 시장 격돌

입력 2024-04-0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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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3000억 원 규모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경쟁이 올해 더욱 치열해진다. HK이노엔과 대웅제약이 각각 회사의 대표 품목으로 P-CAB 제제를 육성하면서 시장 내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올해부터 종근당과 손잡고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를 판매한다. 영업·마케팅 시너지를 극대화해 시장 내 1위를 차지하겠단 각오다.

종근당은 지난해까지 HK이노엔의 ‘케이캡’을 판매했다. 국산 P-CAB 1호 신약인 케이캡은 2019년 3월 출시돼 프로톤펌프저해제(PPI)가 대세였던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꾼 제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종근당의 매출에서 케이캡은 8.2%(1375억 원)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HK이노엔과 결별하면서 고스란히 공석이 될 뻔한 자리로, 펙수클루가 이를 메꾸게 된다.

펙수클루는 출시 첫해인 2022년 매출 167억 원, 지난해 매출 554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케이캡 판매 노하우를 보유한 종근당과 함께 2030년까지 펙수클루의 국내 연매출 3000억 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케이캡을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만든 HK이노엔은 종근당 대신 보령과 의기투합했다. 보령과의 협력은 일반적인 공동 판매가 아닌 HK이노엔의 최대 품목인 케이캡과 보령의 최대 품목인 ‘카나브’를 서로 영업·마케팅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수수료 지출로 훼손될 수 있는 수익성을 강화하고, 외형은 늘리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케이캡 매출은 1195억 원으로 펙수클루 매출의 2배를 넘는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처방실적은 총 5085억 원을 달성했다.

케이캡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의 5가지 적응증을 보유해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과 위염 2가지 적응증만 가진 펙수클루 대비 우위에 서 있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의 성장에 힘입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케이캡의 매출 비중이 수액을 뛰어넘었다. 대웅제약 역시 펙수클루를 1조 원 품목으로 키우는 ‘1품 1조’ 전략의 핵심으로 지목해 P-CAB 신약의 활약이 올해 실적에서 큰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경쟁 관계인 HK이노엔과 대웅제약이지만,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P-CAB으로 전환하겠단 목표는 같다. 원외처방실적 기준 P-CAB 시장 규모는 2000억 원대로, 아직 PPI에 비해 열세이기 때문이다.

P-CAB 제제는 PPI와 달리 위산에 의해 활성화될 필요 없이 칼륨 이온과 직접 결합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고, 야간 위산과다분비 현상도 억제한다. 기존 치료제보다 약효 지속 시간도 길다. 이런 장점은 상대적으로 비싼 약가에도 의료진과 환자들의 선호도를 끌어올렸다.

현재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P-CAB 신약 ‘자스타프라잔’의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자스타프라잔이 가세하면 P-CAB 경쟁은 삼파전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위식도역류질환 시장 내 P-CAB 제제의 위상은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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