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전자기기를 작동하는 세상. 나아가 텔레파시로 의사소통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뇌 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한 사지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온라인 체스 게임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 속에선 의자에 앉은 남성이 마우스나 키보드 없이 컴퓨터 화면 속 체스판의 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체스를 뒀다.
영상 속 환자가 마우스와 키보드 없이 체스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의 뇌에 이식한 컴퓨터 칩을 통해 말이나 행동을 제어하는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덕분이다. BCI는 뇌파를 이용해 외부에 있는 컴퓨터를 제어하기 위한 기술이다. 오롯이 뇌파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다.
24일 관련 학계에 따르면 BCI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1970년대다. 최근 머스크로 인해 관심이 높아졌다. 그가 소유한 뉴럴링크는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승인을 받은 뒤 같은 해 9월부터 사지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X(구 트위터)를 통해 뇌에 칩을 이식한 환자는 부작용 없이 잘 회복하고 있고, 생각만으로 마우스를 조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람 임상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BCI 임상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서 생각만으로 말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BCI가 사지 마비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시작한 만큼 의료 부문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 전망이다.
학계에서는 사고나 선천적인 이유로 사지를 움직일 수 없거나 시각, 청각 장애가 있는 이들도 일반인처럼 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적용 성공 사례도 속속 나오 있다. 지난해에는 스위스에서는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의 뇌에 칩을 심어 손상된 척추와 연결해 걷거나 계단을 오를 수 있게 됐고, 중국에서도 사지 마비 환자의 뇌에 무선 기기를 이식해 의수로 물병을 잡을 수 있게 된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는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 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뇌파를 활용한 의사소통 방법을 연구 중이다.
앞서 2004년에는 척수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는데 성공한 적도 있다. BCI는 아니지만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 완화를 위해 뇌 심부에 바늘을 꽂아 전기자극으로 치료하는 ‘뇌심부자극술(DBS)’이 개발돼 현재까지도 쓰인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는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대하고 있다. 명상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돕거나 뇌파를 측정해 스트레스 관리, 숙면할 수 있는 것 등이다. 소비자의 무의식적인 반응을 분석해 마케팅을 적용하는 뉴로 마케팅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 공학과 교수는 “BCI는 두개골을 열고 뇌에 전극을 넣어 뇌파를 분석하는 침습형과 머리 밖에서 뇌파를 분석하는 비침습형으로 나뉜다. 침습형은 장애가 있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시작됐고, 임상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어 일반인들에게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전 세계에서 BCI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고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비침습 BCI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