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등 일본 대기업, 25년래 최대 임금 인상...마이너스 금리 종료 무게

입력 2024-03-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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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월급 1만8000엔 인상…인상률 5%
일본제철은 노조 요구 뛰어넘는 인상
일본 최대 노조, 올해 평균 5.85% 임금 인상 요구
일본은행, 최소 4월까지 금리 인상 관측 강해져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역 앞의 보행자 전용 구역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대기업들이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 임금 인상에 나선 것은 물론 일부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뛰어넘는 임금 인상률을 제시하면서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 임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024년 춘계 임금협상(춘투) 기간인 이날 대기업 사측이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안에 답변하는 ‘집중 회담일’이 열렸다.

일본 대표 기업 도요타는 25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임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월급은 최대 2만8440엔(약 25만3400원)까지 인상하고 기록적인 수준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동의했다. 정확한 임금 인상률은 과거 관행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도요타는 “우리의 결과가 모든 공급업체로 확산되기를 바란다”며 “1차 공급업체가 2차 공급업체에 임금 인상을 전달할 수 있도록 계속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닛산자동차는 월 1만8000엔의 임금 인상 요구에 합의했다. 임금 인상률은 5%로, 현행 인사제도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가와사키기선과 미쓰비시중공업, IHI 등 중공업 대기업 3사도 노조의 요구에 부응했다. 임금인상률은 각각 7.11%와 8.3%, 6.72%로 집계됐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심지어 일본제철은 노조가 요구한 월 3만 엔의 임금 인상을 뛰어넘은 3만5000엔을 제시했다. 이에 따른 임금인상률은 14.2%에 달한다. 일본제철은 “향후 생산성 향상을 전제로 한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일본 대기업 연간 임금 인상률. 단위 %. 출처 블룸버그
앞서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산하 노조는 올해 평균 5.85%의 임금 인상률을 요구했다. 노조의 요구가 이뤄지면 일본의 임금 인상률은 31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하게 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000인 이상 기업의 임금 인상률은 3.6%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약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지만,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실질임금은 1월까지 2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하락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임금 인상과 관련한 강력한 모멘텀이 나타나고 있다”며 “임금 인상 추세가 중소기업으로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해 12월 1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기업들이 적극적인 임금 인상에 나서면서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내걸고 춘투에서 임금 인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고 다음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일본은행은 18~19일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연다.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이 설령 다음 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4월까지는 세계 마지막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종료할 수 있는 길을 이번 임금 인상이 열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쓰비시UFJ리서치앤드컨설팅의 고바야시 신이치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하면 추가 긴축 가능성을 주시하면서 시장에 투기적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며 “4월에 하면 혼란을 최소한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금리 종료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일본증시는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한 달 전만 해도 150.80엔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147엔대 중반으로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이에 이날 도쿄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전일 대비 0.26% 하락한 3만8695.97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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