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원가 올라 인상 불가피”
동상이몽에 중국산 후판 수입 증가
올해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놓고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지난해 경기 악화에 화재 피해, 노조 파업 등의 악재를 겪으며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철강사들은 주요 제품가격 인상 등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용으로 사용한다. 1년에 두 번(상ㆍ하반기)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데 수익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매번 치열하게 협상이 진행된다.
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철강사들과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은 1톤(t)당 90만 원 중반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수입 후판을 두고 굳이 비싼 국산 후판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며 “이마저도 기존 대비 소폭 인하한 선에서 가격을 조율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사들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값싼 중국산 후판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철강재 수입량은 총 1554만9000t으로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1411만3000t) 대비 10.2% 늘어난 수치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872만5000t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560만5000t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 전체 수입량의 92.2%를 차지했다.
부정적인 인식과 달리 중국산 제품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선박 발주처에서 제시하는 후판 사용 가능 기업 리스트에 국내 회사 외에도 중국 철강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사들은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가격 인하가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분기에 전체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21.1원을 더 올렸고, 4분기엔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h당 10.6원 인상했다.
제철용 원료탄 가격도 t당 307달러로 작년 6월(229달러) 대비 34.1% 올랐다. 제철용 원료탄은 지난해 줄곧 하향 안정세를 보이다가 9월 300달러 선이 깨진 후 가격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 인하로 쓴맛을 봤던 철강업계는 수익성 확보 기회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최근 철강업계는 열연과 함께 유통향 후판 가격을 인상하며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가 변동성이 높고 업계 시황이 어려운 만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지난해부터 상승한 원자재 가격 등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