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집중’ 러시아 국방비 증액
나토 공격 우려도 제기
“올해 말 잠재적 협상 순간 온다
한국전쟁처럼 끝날 것”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양국 군 사상자 수는 이미 50만 명을 넘어섰다.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상자 수도 수만 명 규모에 이른다. 전쟁 포화를 피해 독일 등 해외로 도피한 피란민은 작년 10월 기준 약 416만 명에 달했다. 경제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직접 전쟁 피해 금액만 1520억 달러(약 203조4368억 원) 수준이며, 재건 및 복구 비용만 향후 10년간 48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전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최근 “러시아가 심각한 장갑차 손실을 봤지만 전투가 끝날 징후는 거의 없다”며 “러시아가 향후 2~3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랫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산업 역량 강화, 해외 수입 등을 통해 막대한 군사적 손실을 상쇄했으며 적어도 3년은 더 버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스티안 기게리히 IISS 사무총장은 “러시아는 올해 공식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60% 이상 늘렸다”며 “현재 총 군사비 지출은 국가 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국내총생산(GDP)의 약 7.5%에 달할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전쟁에 집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트로엘스 룬드 포울센 덴마크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3~5년 안에 나토 집단방위 조약과 연대를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러시아가 더욱 대담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지난해 전쟁의 최전선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쟁이 안정된 교착상태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궁극적인 붕괴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대, 서방 국가의 지원, 그들의 정치적 연대를 서서히 약화시키는 소모전 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소속의 J.D 밴스 상원의원은 “추가지원 예산안이 의회 문턱을 넘어도 전장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전쟁의 균형은 깨지고 러시아 쪽으로 기우는 추세다. 러시아는 최근 격전지였던 도네츠크주 동부 아우디이우카를 점령했다. 지난해 5월 바흐무트 점령 이후 러시아군이 거둔 주요 전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70년 전 한국전쟁과 닮은꼴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러시아가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를 점령하겠다는 야망을 꿈꿨다는 점이나, 현재 그 목표를 철회하고 기꺼이 그보다 낮은 것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양국 전쟁이 러시아와 자유 진영 간의 ‘신냉전’ 구조로 재편됐다는 부분도 닮아있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처럼 미군과 유엔군 등 병력 지원을 받지는 못했지만 서방 국가로부터 대규모 군사 지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전쟁처럼 결론짓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나토 총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미 해군 예비역 제독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전쟁처럼 끝나게 될 것”이라며 “양국 모두 군사적·경제적으로 지쳐가고 있다. 올해 안에 잠재적 협상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국무부도 ‘우크라이나 영토 탈환’을 목표에서 배제한 새로운 장기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완전 철수 없이는 휴전 협상도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