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사상 최대인데…금융위 “안정적 관리” vs 한은 “심각한 수준”

입력 2024-02-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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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
"부채 1% 증가…평년보다 낮아"
한은 "작년 가계빚 18.8조 늘어"
이창용 "더 늘면 한국경제 발목"

▲김소영(왼쪽)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지난해 가계 빚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금융당국에선 “가계부채 비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에 대해 심각성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지나친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로 시장 불안을 잠재우려 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통상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동향’ 발표와 함께 회의를 열었지만, 이달에는 한은의 가계신용 발표와 함께 진행해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지속해서 강조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지나친 해석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가계신용 발표에 맞춰 회의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가계대출 동향 발표에 맞춰 가계부채 점검회의가 열렸는데, 이달에는 작년 가계신용 증가율 통계가 나오다 보니 분기마다 나오던 때랑은 조금 다른 분위기가 흘러나와 여기에 맞춰서 회의를 준비한 것 같다”며 “작년 한 해 가계부채 문제를 서머리하는 느낌으로 회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전 회의와 달리 금융위 사무처장 대신 김 부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점도 색다르다. 이는 지난해 8월 회의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금융당국에서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부동산 시장과 밀접히 연관됐고 이 비율이 더 오른다면 한국 경제를 무겁게 짓누를 수 있다”며 “정부와 협력해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로 선임된 황건일 한은 금융통화위원도 “국내 경제가 마주한 대내 위험 요인 중에서 가계부채가 가장 위험하다”며 “수출은 회복되고 있는데 내수는 여전히 어렵다. 해외에서 바라볼 때 역시 가계부채 문제가 크다”고 했다.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 속에 이날 한은이 발표한 ‘2023년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86조4000억 원으로, 전년 말(1867조6000만 원)보다 18조8000억 원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말한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작년 말 잔액이 1768조3000억 원으로, 전년 말(1749조8000억 원)보다 18조5000억 원 늘었다. 가계대출 잔액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금융당국은 이날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나섰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 빚에도 불구, 과거 10년간(2013~2022년) 가계신용 평균 증가액이 90조 원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신용은 전년 대비 1.0% 증가해 과거 10년간 평균(6.8%↑)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년 연속 감소가 예상되는 등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를 가볍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 GDP 증가율’ 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면밀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 금융권과 긴밀한 소통 등을 통해 가계부채 밀착 관리 △정책모기지는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세밀하게 관리 △가계부채 양적·질적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 등 계획을 내놨다.

특히 서민·실수요층에 대한 자금지원과 가계부채 관리가 모두 중요한 만큼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주택금융협의체’를 주기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서민·실수요자의 필요한 주거자금은 차질없이 지원하면서도 정책모기지 공급속도가 적절히 관리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금리 인하 등으로 대출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대출이 취급되지 않도록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 DSR 규제를 내실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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