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녹색테마펀드 출시 불구, 설정액 증가 미미해
주식시장에서 녹색성장주가 크게 환영을 받으면서 녹색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이들 펀드의 자금 흡입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녹색산업이 주식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며 관련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대거 출시됐다. 하지만 녹색펀드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고전하고 있다.
올 들어 경쟁적으로 출시된 녹색펀드의 등장 배경에는 저탄소 녹색성장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동일 테마 펀드들이 동시에 출시되면서 녹색펀드는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나, 이러한 주목이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
에프앤가이드가 올해 출시된 녹색펀드들의 설정액을 살펴본 결과, 3일 현재 미래에셋운용의 '미래에셋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1(주식)(A)'는 설정 이후 50억원이 유입, 동일 테마펀드 가운데 가장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GreenFuture10증권자투자신탁1[채권혼합]C1'과 '흥국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주식]C-w'에는 각각 48억원, 30억원 유입되며 뒤를 이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ING그린포커스증권투자신탁1(주식)ClassC'나 '산은그린코리아증권투자신탁1(주식)CLASSA'의 설정액은 10억원 미만에 그치는 등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경덕 하나대투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현재 국내의 투자성향은 기존펀드를 환매하는 쪽"이라며 "녹색성장이라는 신규테마가 생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투자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4월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5월 한 달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출됐으며 이달 들어서도 일평균 2000억원 넘게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들이 간접투자보다는 직접투자를 선택하면서 정책수혜가 예상되는 녹색펀드는 매력적인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외면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펀드보다 종목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낸 녹색관련주들에 신규로 투자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형성된 것 또한 설정액 증가 부진의 이유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녹색성장산업에 대해 글로벌 정부의 핵심 사업으로 전망은 밝지만,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에프앤가이드 측은 "녹색성장펀드도 특정업종에 투자하는 테마펀드의 일종으로 해당업종의 업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녹색성장산업은 사업의 초기단계임을 고려해 단기성과 보다는 장기적 시각으로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경덕 펀드애널리스트는 "종종 테마펀드들은 성장형과 비슷하게 운용되며 테마자체의 색깔이 퇴색되기도 하는데, 녹색펀드는 기존 테마보다는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녹색관련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또한 일반성장형펀드보다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과 시장의 상승흐름과는 다르게 움직일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