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중국 시진핑ㆍ인도 모디가 말려야”
뮌헨안보 추가 회의서 문제 지속 제기할 계획
러시아의 우주 핵무기 배치 기술이 진일보함에 따라 미국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전시대 우주경쟁을 벌였던 양국이 향후 우주전쟁 시대를 열지 우려가 고조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중국과 인도의 외교 수장을 잇따라 만나 러시아가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주에서 러시아가 핵폭발을 일으키면 미국 위성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 위성도 무력화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을 무시하는 상황이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를 저지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국방부는 최근 몇 년간 러시아나 중국이 핵폭발로 엄청난 에너지파를 생성해 인공위성을 대량으로 파괴할 수 있는 핵전자기파(EMP) 무기를 개발 중이거나 시험하는지 여부를 조사해 왔다. 이런 가운데 블링컨 장관이 중국과 인도에 러시아를 설득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은 러시아 개발 수준이 즉각적이지는 않지만 시급한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EMP로 인한 대규모 위성 파괴가 발생하면 글로벌 통신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다. 그 결과 지구에서는 응급서비스부터, 휴대폰, 발전기까지 국가 기반 시스템이 마비된다. 또 폭발로 발생한 파편과 방사선은 스타링크나 통신위성 등 지구 저궤도 위성에도 수개월에 걸쳐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러시아가 1967년 발효된 우주조약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이 조약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우주에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며 우주를 평화적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가 지구궤도에 핵무기를 배치하면 북한 등 다른 나라도 따라 할 수 있다고 미국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우주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한 후 이를 실제 폭발시킬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우주에서 핵폭발을 일으키면 러시아 시스템도 흔들리게 된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실질적으로는 군사적 한계점에 몰릴 때 적국의 경제를 언제든 파괴할 수 있다는 경고를 주는 ‘시한폭탄’처럼 활용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자국보다 미국이 잃을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할 시 발사 버튼을 누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세계 최대 안보 분야 국제회의인 뮌헨 안보회의(MSC) 추가 회의에서 관련 (러시아 우주 핵무기 배치) 문제를 지속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