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버티자"…건설업계, 외형 확장 대신 내실 다지기

입력 2024-02-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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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뉴시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다. 주택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위험 부담을 안고 성장성을 키우는 것보다 부실화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버티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 실적 19조2280억 원보다 6.4% 적은 18조 원으로 설정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수주 눈높이를 낮췄다.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 32조4906억 원보다 10.8% 줄어든 28조9900억 원으로 잡았다. 대우건설은 작년 실적보다 12.9% 축소된 11조5000억 원, DL이앤씨는 22.1% 감소한 11조6000억 원을 수주 목표로 제시했다.

GS건설은 지난해 10조1840억 원보다 많은 13조5000억 원을 목표로 내놨다. 하지만 작년 실적이 16조 원대였던 2022년보다 37%가량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향됐다고 보기 어렵다.

주요 건설사들이 수주 목표를 낮춘 것은 주택경기 악화와 공사비 급증 영향이 크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인건비도 많이 올라 공격적인 수주에 나서기 힘든 상태"라며 "매출 비중이 큰 주택 사업에서 선별 수주 전략을 추구하다 보니 목표치가 높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사비 부담이 워낙 큰 상황이라 사업을 많이 확보하는 게 오히려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성장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2월 153.26으로 3년 전인 2000년 말보다 25.8%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낸다.

최근 2~3년 새 치솟은 공사비 탓에 주요 건설사의 주택부문 원가율은 90%를 웃도는 상황이고 이에 따라 수익성도 악화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는 모두 지난해 매출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

청약 시장 분위기가 악화하고 있는 것도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는 이유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으면서 분양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아 미분양과 그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그런 만큼 새로운 사업을 따내는 것 이상으로 기존 사업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신사업과 해외시장을 통해 국내 주택 부문의 부진을 상쇄할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각자 사정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국내 주택 비중이 70% 안팎이란 점에서 신사업과 해외시장의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을 확대하기보다 손실과 향후 부실화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버티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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