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연 알테오젠 부사장 [인터뷰]
“제대로 된 바이오기업이 되기 위해 지식·경험·노하우·자금 갖춰가고 있어”
“글로벌 빅파마는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이를 회피하고 연장하기 위해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SC 제형이 오리지널, 기존 IV 제형은 바이오시밀러가 되는 셈이죠.”
최근 대전 본사에서 만난 전태연 알테오젠 부사장은 “특허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이 증가하면서 제형 변경을 통해 특허를 회피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알테오젠은 SC 제형 변경 플랫폼 하이브로자임(Hybrozyme)으로 여러 글로벌 빅파마와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로자임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기반으로 바이오의약품의 IV를 SC 제형으로 바꿔주는 플랫폼이다.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특허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금의 알테오젠을 만든 효자 플랫폼이기도 하다. 2008년 설립한 알테오젠은 신약이 아닌 바이오베터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 부사장은 “플랫폼은 신약개발보다 효율성이 높다. 신약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하기 어렵고 보통 기술이전을 통해 임상한다. 반면 플랫폼은 임상 단계를 밟지 않아도 되고, 블록버스터급 신약과 시너지를 통해 처방하고 판매할 수 있어 리스크가 낮다”고 말했다.
다수 글로벌 빅파마도 SC 제형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이 SC 제형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특허 회피다.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처음 약을 개발한 기업이 권리를 독점하지만, 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복제약) 또는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나온다. 이를 막기 위해 제형 변경으로 특허를 회피한다.
전 부사장은 “특허가 만료되면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특허를 회피하고 연장하기 위해 SC 제형으로 바꾼다”며 “회피에 성공하면 그 기간까지 특허를 보호받을 수 있고, 오히려 SC 제형이 오리지널 의약품, IV 제형이 바이오시밀러가 된다”고 말했다.
알테오젠은 하이브로자임으로 지난해까지 4건의 기술이전을 통해 7조 원에 달하는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옵디보의 SC 제형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머크와는 키트루다의 SC 제형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꾸준히 협업하고 있다.
SC 제형 플랫폼 개발에 주력하던 알테오젠은 자체 제품 개발에도 힘주고 있다. 올해 히알루로니다제 ‘테르가제(ALT-BB4)’ 출시에 도전하고,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ALT-L9)’의 글로벌 임상 3상도 진행 중이다.
테르가제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안과, 마취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회사 측은 2030년까지 매출 1000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 전 부사장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테르가제 품목허가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올해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에는 비즈니스를 어떻게 확대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개발도 한창이다. 미국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Regeneron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물질특허는 미국에서 5월, 유럽에선 내년 11월 만료된다. 아일리아의 제형이나 제법 관련 특허가 지역에 따라 2027~2030년까지 유지되지만, 이미 많은 기업이 빠르게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올해 임상을 마칠 계획이다.
전 부사장은 “바이오시밀러는 시장에 빨리 진입할수록 유리하다”며 “이미 많은 국내외 기업이 개발 막바지 단계지만, 오리지널 개발사 리제네론과 소송으로 출시는 늦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다른 기업과 비슷한 시기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테오젠은 이외에도 항체약물접합체(ADC) 피하주사 제형, 희귀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도 진행 중이다. 전 부사장은 이 같은 기술과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전 부사장은 “우리의 주요 기술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기술이전을 더 많이 할 수 있고, 실제 많은 기업과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바이오기업이 되기 위해 여러 지식과 경험, 노하우, 자금을 갖춰가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