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필수의료 살리기’, 실패한 ‘저출산’ 정책 전철 밟아선 안 돼

입력 2024-0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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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부족이나 의료진 부재 등의 이유로 병원을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실 뺑뺑이’를 막고자 정부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종합 대책을 1일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지역완결 의료전달체계 정립)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이다.

이는 모두 절실한 사회적 문제로 개선이 필요한 것은 맞다. 19년째 의대 정원이 동결돼 있고, 전공의 의존 비율이 높은 대학병원으로 인한 의사들의 장시간 근로와 불공정한 보상이 가져온 필수의료 기피 현상,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소위 돈 되는 과에 젊은 의사들이 몰리는 사태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종합 대책을 뜯어보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찾기 어렵다.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겠다고 한 지 4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확대 규모나 발표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보일 뿐이다.

현직 의사들은 정부의 이번 정책이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전공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논의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 공익네트워크는 협의체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의대생을 양성하는 대치동 학원가의 배만 불릴 것이란 차가운 전망마저 나온다.

한국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15년간 쏟아부은 돈이 280조 원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세우고, 전문가들이 모여서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인구 감소가 빠르다.

지역·필수의료 문제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고 몇 가지 정책을 내놓는 것으로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 끊임없이 현장과 소통하며 의사와 환자, 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려는 정부의 정책이 저출산 정책과는 다른 성과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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