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정책에 뿔난 프랑스 농민들, 트랙터로 고속도로 봉쇄…당국 현금 지급 등 약속

입력 2024-01-3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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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환경 정책 강화에 농민들 수입 감소 우려
보조금 줄이려는 프랑스 정책에도 반발
마크롱, EU에 정책 유연성 요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인근 고속도로에 30일(현지시간) 환경정책에 반대하는 농민들이 트랙터를 세워놓고 시위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프랑스)/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고강도 환경 정책과 수입 감소에 반발하는 농민 시위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프랑스에선 농민들이 트랙터로 국가 전역의 고속도로를 봉쇄하는 일이 벌어졌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농민들은 전날부터 이틀째 트랙터로 프랑스 전역의 고속도로를 봉쇄한 채 현장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들은 수도 파리 진입까지 시도해 경찰이 주요 지역에 병력 1만5000명을 배치한 상태다. 또 파리의 신선식품 공급 중심지인 헝지스 도매시장엔 군 장교와 장갑차까지 등장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농민들은 EU의 바뀐 농업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EU는 농가에 적용하던 환경기준을 높이기로 했는데, 농민들은 생산 비용 상승에 따른 수입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늘어난 비용이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 수입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프랑스 정부가 비도로용 경유에 대한 면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하면서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후 당국은 경유 면세를 유지하고 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등 일련의 공약을 내걸었지만, 농민들은 불충분하다며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올해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로 들어가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날 프랑스 정부는 긴급 현금 지급부터 수입 식품 통제에 이르기까지 추가 지원책을 약속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어려움을 겪는 와인 생산자들에게 긴급 지원을 제공하고 다른 농가엔 EU 보조금을 신속하게 지급할 것”이라며 “또 농가에 공정한 수익 분배를 보장하도록 하는 법률을 위반하는 식품 소매업체들에는 즉각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와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까지 반대하며 농민들을 달래고 있다. 그는 “현재 협정 초안에는 수입산이 유럽산과 유사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보장이 부족한 만큼 서명을 원치 않는다”며 “메르코수르에 대한 명확성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린 닭고기든 시리얼이든 유럽 시장을 불안정하게 하는 양질의 상품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EU의 일부 농업 규칙에 관해 더 많은 유연성도 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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