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환자 생체 간이식 생존율 77% [간암의 날, 희망 더하기]
국내 간암 치료 옵션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중증·고령 환자에 대한 간 이식이 시행되며 적극적으로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30% 수준에 머물던 간암 환자 생존율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1일 의학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간암은 발병 시 완치를 확신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암종으로 구분됐다. 간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39.3%로 췌장암(15.9%), 담도암(28.9%), 폐암(38.5%)에 이어 치료가 까다롭다. 2021년 기준 주요 암 가운데 간암의 발생 분율은 5.5%를 차지해 갑상선, 대장, 폐, 위, 유방, 전립선에 이어 7위에 올랐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환자 수 역시 2018년 7만4848명에서 2022년 7만8405명으로 증가했다.
간은 ‘침묵의 장기’인 만큼, 기능이 떨어져도 전조증상을 발견하기 어렵다. B형간염, C형간염, 간 경변 등이 있는 고위험군은 40세부터 국가 암 검진사업의 일환으로 6개월마다 간 초음파검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고위험군에 해당하지 않거나, 건강검진에 소극적인 환자는 조기 진단 가능성이 낮다. 국민건강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40세 이상 간암 환자 489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검진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간 이식 수술은 간 손상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된 환자가 마지막으로 고려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간 이식 수술 성적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선두로 꼽히고 있으며, 전체 생체 간이식 환자의 30% 이상은 간암을 동반하고 있다.
그간 고령의 환자와 말기 환자의 치료에는 이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장기의 공급이 제한적이고, 이식을 받은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간암학회 간암등록사업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간암 환자 중 65세 이상 고령 환자는 약 38%를 차지한다.
최근 국내 의료계는 고령·말기 환자 대상 간 이식의 효과를 재평가하고 있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식 성공 사례와 예후에 관한 긍정적인 연구결과가 이어졌다.
지난해 8월 가천대 길병원은 간암과 B형 간염이 동반된 75세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뇌사자 간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환자는 내원 당시 간 이식 이외의 다른 치료 대안이 없는 상태였지만, 이식 수술 이후 4개월이 경과한 지난해 12월 혼자 걸을 수 있을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수술을 담당했던 김두진 길병원 외과 교수는 “고령자는 폐, 신장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감염에 취약해 이식을 더욱 숙고해야 하는데, 75세 이상 환자도 신체 지표나 활력도가 나쁘지 않고, 회복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라면서 “기대 여명이 늘어나면서 간 이식으로 살릴 수 있는 고령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중증 말기 간질환자들의 희망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증 말기 환자들에게는 생체 간 이식을 권하지 않는 치료 경향을 변화시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다.
세브란스병원이 말기 간 질환 환자 649명을 대상으로 1년 생존율과 거부반응 발생률을 추적 조사한 결과, 생체 간 이식 환자들의 생존율이 77.3%에 달했다. 반면, 뇌사자 간 이식을 기다리며 수술을 받지 못한 환자의 생존율은 28.8%에 그쳤다. 말기 환자도 적극적으로 생체 간을 이식받으면 생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연구를 진행한 김덕기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말기 간질환자도 생체 간 이식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확인한 만큼, 간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이식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