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중 대규모 지원책 펴는데…‘한국판 IRA’는 언제? [기획]

입력 2024-01-3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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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 자국 내 공급망 구축 위해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 확대
세액공제 직접환급제 담은 ‘한국판 IRA’ 법안 국회서 계류
“글로벌 경쟁력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책 필요한 때”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맞닥뜨린 위기를 극복하려면 각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산업 성장을 위해 대규모 정책을 펴는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같은 과감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IRA는 배터리 핵심 광물과 부품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또한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과 부품 등에 대해서도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에서 생산 공장을 가동하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받은 AMPC를 영업이익에 반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말 미국 조지아주에 첫 해외 전기차 전용 공장을 가동한다.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차는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도 축전지 산업 전략을 세우고 배터리 인력 양성과 핵심 광물 확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전략 물자 생산 기반 세제’를 통해 자국 내 생산량에 비례해 세금 우대 혜택을 주기로 했다.

중국은 2015년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를 10대 핵심 산업에 포함시켰다.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압도적 경쟁 우위를 지닌 중국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육성책과 막대한 내수 시장을 업고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기차와 배터리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 지원 혜택을 제공한다. 시설 투자에 대해 대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서는 30~50%의 세액 공제를 적용 받는다.

문제는 영업이익이 발생한 기업에 한해서만 법인세를 공제한다는 점이다. 초기 투자 규모는 크지만 이익이 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배터리 기업들은 당장 세제 지원을 받지 못한다. 미국의 경우 AMPC를 현금으로 받거나 제3자에 매각할 수 있고, 캐나다도 청정 기술 설비투자액에 대한 세금을 환급 받는다.

지난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세액공제 직접환급제 도입을 위한 ‘한국판 IRA법’(조세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R&D 투자 확대도 절실하다. 지난해 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사업은 당초 계획된 1987억3000만 원에서 1172억9000만 원으로 규모가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R&D 투자액은 1조2000억 원 수준이다.

정부 차원의 핵심 광물 확보 지원과 인력 양성, 사용 후 배터리 관리 체계 구축 등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미국, 일본 등이 자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펴고 있고, 중국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보다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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