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 활성화 기대되지만
팬데믹 전 성장세 어려울 듯
대만, 중국 의존도 낮출 방안 불분명
중국 봉쇄·침공 가능성, 최대 변수
“한국이 가장 큰 피해”
14일 닛케이아시아와 AP통신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해 1%대 초반이라는 실망스러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인 2020~2022년 사이 기록한 연평균 4.2%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지난해 팬데믹 종료로 수요는 정상적으로 회복했지만, 반도체와 전자 부문의 과잉 재고 축적에 따른 수출 부진이 성장 침체의 큰 요인이었다.
새해 들어 반도체와 전자제품 수급이 긍정적으로 전환되면서 대만의 수출과 투자, 경제성장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홍콩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위험이 영구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누가 선거에서 승리하든 올해 성장률은 약 3%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 경제가 팬데믹 이전 성장세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 것이다.
특히 라이 정권이 들어서게 된 이상 중국과의 대립은 피할 수 없게 됐고, 대만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농후하다. 대만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2019년 평균 40%에서 지난해 35%로 줄었지만, 여전히 중국은 대만의 주요 수출국이다. 게다가 차이잉원 현 정권에서 무역 다각화에 힘썼지만, 중요한 양자 무역협정을 체결하거나 새로운 지역 무역협정에 가입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중국 의존도를 추가로 낮출 방안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라이 당선자는 원자력이 대만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일부분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줄곧 주장해 왔다. 대만이 재생에너지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 같은 태도는 중국산 석탄에 높은 의존도를 더 오래 유지할 뿐이라고 가르시아-에레로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AP통신도 “대만은 거의 모든 에너지를 수입하는 만큼 중국 봉쇄에 취약하다”고 짚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과 중국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첨단 반도체를 놓고 갈등을 빚는 양국은 투자와 제조 등 경제 전반에서 맞붙을 수 있다.
더군다나 중국이 봉쇄를 넘어 대만을 무력 침공한다면 세계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만 해협은 중국과 세계 무역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데다 중국의 침공이 시작하면 미국과 미국 동맹인 한국, 일본 등이 개입하면서 지정학적 갈등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세계 경제에 대한 잠재적 비용을 10조 달러(약 1경3121조 원)로 계산했으며, 호주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는 침공 첫해에만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2조7000억 달러 증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최근 침공 시나리오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국가는 한국이며, 첫해에 한국 GDP 23.3%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