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공수처 1기…원년멤버 떠나고 초라한 성적표만

입력 2024-01-14 16:08수정 2024-01-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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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기조서 신설된 공수처…이달 20일 처장 임기 만료
출범 2년차부터 대탈출 러시…1기 검사진 13명 중 2명 남아
초라한 성과, 여러 기관과 충돌…“법적으로도 무시 당하는 신세”

▲ 19일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김진욱 처장이 출범 2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기가 이달 20일 막을 내린다. ‘검찰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 부패 비리를 엄단한다’는 기치를 걸고 출범했지만, 정작 3년 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공수처 내부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존재 이유’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초대 공수처장인 김진욱 처장의 임기는 20일 끝난다. 김 처장이 지명해 3년간 함께 일했던 여운국 차장 임기도 28일까지다. 2021년 1월 출범 당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수처 1기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고위공직자 비리를 전담할 기관 설립에 대해서 오랜 기간 논의됐지만, 공수처 설립을 현실화한 건 문재인 정부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개혁을 주장하며 공수처 신설을 대선공약 1호로 내걸었다.

2021년 4월, 공수처 ‘1기 검사’ 13명이 임명됐다.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1명으로 짜인 1기 검사진은 공수처법에 규정된 검사 정원(처·차장 포함 25명)의 절반에 불과했다. 김 처장은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보면 13명이 세상을 바꿨다. 13명이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곧바로 ‘황제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피의자로 소환하면서 김 처장의 관용차를 제공해 청사로 들어온 사실이 드러났다. 공수처는 “보안상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공정성 시비에 한참 휘말렸다.

이어 국회의원, 기자, 일반인 등 약 400건 넘는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조회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민간인 사찰’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상징성을 가지고 출범한 공수처가 기존 수사기관의 과오를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에 비난 화살이 더 쏟아진 듯하다”고 했다.

출범 2년 차부터는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졌다. 2022년 6월과 7월 검사 두 명이 나갔고, 10월과 12월에만 3명이 떠났다. 지난해에는 부장검사를 포함해 6명이 조직에서 물러났다. 공수처 1기 검사 13명 중 남아 있는 사람은 2명뿐이다. 일부는 떠나면서 수뇌부에 대한 작심 비판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현직 공수처 부장검사가 언론에 지휘부를 비판하는 글을 싣자, 여운국 차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해당 부장검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일도 있었다. 또 김 처장과 여 차장이 후임 처장 인선에 대해 문자를 주고받은 것을 두고 권익위원회가 대면조사를 요구하면서 현재 두 기관 사이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

바람 잘 날 없다 보니 수사 성과마저 초라하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직접 공소 제기한 사건은 3건,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한 건 5건에 그친다. 특히 직접 기소한 3건 중 1건은 2심까지 무죄, 다른 1건은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나머지 1건인 손준성 검사장의 고발사주 의혹은 31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은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 5번의 구속영장은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표적 감사’ 의혹을 받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공수처의 소환 통보에 5차례 불응한 뒤 되레 출석 날짜를 제시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사건을 두고는 검찰과도 부딪쳤다. 앞서 공수처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 씨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수사한 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중앙지검은 이달 12일 “공수처로부터 송부받은 사건 관계 서류와 증거물 일체를 다시 공수처에 이송했다”고 밝혔다. 수사기록 및 증거, 적용 법리 등을 검토했더니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불충분해 추가 수사하라는 취지인데, 공수처를 일종의 ‘사법경찰’로 본 셈이다.

공수처가 공소제기 요구한 사건을 검찰이 반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는 즉각 입장을 내고 “검찰의 사건 이송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라며 “사건 접수를 거부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에 검찰은 “이송사유도 안 보고 거부한다”며 재차 입장을 냈다.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법적으로도 무시를 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수처) 존재 자체가 검찰뿐 아니라 법조 전반이 자정 노력하게 한 공(功)은 있지만, 그밖에 성과에 대해선 떠오르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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