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없는 사용 안 돼”…AI, 뉴스 콘텐츠 사용 논의 재점화

▲오픈AI와 인공지능 챗봇 ‘챗GPT’ 웹사이트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학습에 필수적인 ‘뉴스 콘텐츠’의 적정 가치를 매기는 저작권료 논의가 불붙는 모양새다. 최근 오픈AI는 일부 언론사와 콘텐츠 사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저작권료 지불 없이 뉴스 콘텐츠를 사용해 소송전에 휘말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AI의 뉴스 콘텐츠 사용에 대해 업계 간 마찰이 있는 가운데, AI 콘텐츠 사용에 대한 저작권료 논의가 국내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4일 블룸버그통신은 오픈AI가지난 11일 CNN과 폭스(Fox)사 및 타임(Time)지와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픈AI는 챗GPT를 비롯한 자사 AI모델의 학습과 콘텐츠 탑재 등을 위해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CNN 기사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또 CNN과 폭스와는 기사 등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및 비디오에 대해서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시카 시블리 타임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오픈AI와 논의 중”이라며 “콘텐츠의 공정한 가치를 반영하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혔다.

반면 저작권료 지불 없이 콘텐츠를 사용해 소송전에 휘말리기도 했다. NYT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오픈AI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챗GPT 학습 과정서 NYT의 유료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오픈AI와 NYT는 콘텐츠 가격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그동안 언론계에서 선도적으로 콘텐츠 투자를 진행해왔다. 이에 NYT는 유료 구독모델 및 뉴스레터 등으로 구축한 비즈니스 환경을 오픈AI의 챗GPT가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 밖에도 챗GPT가 잘못된 답변을 내놓으면서 출처를 NYT로 지목해 자사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고소장에 담았다.

다만 오픈 AI는 “공개적인 자료로 AI가 데이터를 학습했기에 공정하다”는 입장이다. 오픈 AI는 최근 미국 저작권청에 의견을 낸 학계와 시민단체·스타트업·창작자·작가 등도 이에 동의하고 있으며, 이미 정착된 선례라고 강조했다. 또 유럽연합(EU)이나 일본,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에도 AI가 저작권 있는 콘텐츠를 훈련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률이 있다며 AI 모델 훈련이 미국 경쟁력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신문협회는 11일 “생성형AI 시대에 뉴스 저작권을 보호해달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한국신문협회는 지난달 28일 네이버의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가 언론사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에 활용한다며 이를 시정해달라는 의견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네이버가 다수의 언론사와 콘텐츠 제휴 계약을 맺고 이를 서비스하고 있으나, 이를 AI 학습에 활용하는 것은 제휴 약관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뉴스콘텐츠를 통한 AI 학습을 중단했다. 향후 학습에 활용할 경우 언론사와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오픈 AI의 사례가 국내 AI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언론사 보상에 관한 결과가 나오면 국내서도 참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생성형 AI 학습에 필요한 뉴스 콘텐츠의 생산을 위해서는 AI 업체들이 뉴스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