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동체에 구멍 나면 객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입력 2024-01-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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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인 충격파 및 엄청난 굉음
기체 안팎 공기 섞이며 연무현상
갑작스런 감압 탓, 폐 손상 우려
고도 높아질수록 구멍 크게 뚫려

▲순항고도에서 동체에 구멍이 생기고 감압 상태가 지속되면 승객과 승무원은 폐 손상을 입을 우려도 있다. 높은 고도에서 산소도 희박하지만 입과 코 주변의 산소까지 빨려 나가기 때문에 순간 숨이 막히는 고통을 겪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달 초 알래스카항공 여객기 동체에 구멍이 뚫린 이후 승객들이 전한 끔찍한 이야기에 관심이 쏠린다. 하늘을 나는 항공기 동체에 구멍이 난다면 과연 객실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알래스카항공 사고기 승객의 증언과 항공 전문가 견해를 바탕으로 “이번 사고가 이륙 직후 순항고도까지 상승하던 도중에 발생했기 때문에 더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반적인 상업용 여객기의 순항고도는 약 3만 피트(약 9200m), 속도는 시속 1000km 안팎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일반 여객기의 객실 기압은 약 8000피트(약 2400m)의 꽤 높은 고산지대에 올라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객기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승객은 약간의 두통과 귀의 통증을 겪는다. 우리 몸이 기압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이번 사고는 1만6000피트(약 4800m) 상공에서 발생했다. 조종사들은 객실 감압 경고를 확인한 뒤 빠르게 1만 피트(약 3000m) 아래로 하강, 추가적인 감압 피해를 막았다.

WP 보도에 따르면 순항고도에서 동체에 구멍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엄청난 충격파가 객실을 강타한다. 동체 외부에 달린 제트 엔진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굉음도 그대로 객실까지 퍼진다. 이 정도면 옆 사람과 대화가 어려울 정도가 된다.

▲순항고도에서 여객기 동체에 구멍이 뚫리면 엄청난 충격파와 뿌연 연무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CG로 제작된 영화 속 한 장면. (출처 파라마운트픽처스 동영상 캡처)

따뜻한 기내 공기와 차가운 외부 공기가 갑자기 뒤섞이면서 객실에는 안개가 낀 듯한 뿌연 연무현상이 발생한다. 압력 차이에 의해 고막에 극심한 통증도 동반된다. 승객과 승무원은 감압으로 인해 폐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지는데, 산소도 희박하지만 입과 코에 머물러 있던 공기마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때 천장에서 내려온 산소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항공 전문가들은 높은 고도에서 산소를 공급받지 않으면 유효 의식시간, 즉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의식의 잔여 시간이 30~60초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혼란과 방향 감각 상실을 불러오며, 회복되지 않으면 의식 상실을 겪을 수 있다.

또 뚫린 동체 구멍 주변에 거센 바람이 불고 객실의 고정되지 않은 물품이 빨려 나간다.

만일 이번 사고가 지상에서 약 1km 상공의 순항고도에서 발생했다면 더 큰 참사가 벌어질 수 있었다. 고도가 높을수록 기내에 있는 물건이 구멍으로 빨려 나가는 힘도 훨씬 크고, 충격파 탓에 구멍이 더 크게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객실에서 빠져나간 물건이 제트엔진에 빨려 들어가거나, 날개에 손상을 입히면 추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항공 전문가들은 WP를 통해 “사고 여객기가 더 높은 순항 고도에 도달한 뒤 사고를 당했다면 상황이 더 나빴을 것”이라며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동체 구멍이 더 크게 뚫릴 수 있고, 순항고도에서 만일 안전띠를 풀고 기내를 걸어 다니는 승객이 있었다면 큰 재앙으로 번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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