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암표상들을 막기 위해 한 가수는 티켓 예매분 전체를 취소하는 초강수까지 둔 상황인데요. 그런데도 원래 푯값의 수배를 얹어 파는 암표 매매 행위는 근절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암표 거래는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입니다. 문제는 직거래 등 현장 거래 상황이 적발돼야만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에 암표 거래를 못 막는 것이 아니라 안 막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정말 해결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앞서 지난해 연말 콘서트를 연 가수 성시경은 티켓 판매사와 매니저까지 부정 거래 적발에 나섰지만 이를 막지 못해 결국 1인당 1매씩 현장 판매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9월 팬 콘서트를 진행한 아이유는 암표 거래 신고자에게 해당 티켓을 포상하는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죠.
그야말로 ‘암표와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인데요.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암표거래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되기 때문입니다. ‘미스터트롯’에서 우승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임영웅 콘서트의 경우 암표 가격이 좌석 당 500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하는데요. 이 티켓의 원래 가격은 10~20만 원에 불과합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정가보다 최고 50배나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티겟을 사게되는 셈이죠.
이런 부당 행위는 공연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유통업계에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지난해 연말 중고나라·당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 수천 개의 호텔·식당 예약권 양도 글이 올라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연말에 예약이 몰리는 것을 노리고 해당 일자 숙박권, 예약권을 선점한 뒤 비싸게 되팔았는데요. 기존 금액의 최소 1.5배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식당 예약 플랫폼을 통해 고급 레스토랑까지 쉽게 예약할 수 있다 보니 식사권 암표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연말연초 중고나라에는 고급레스토랑에서 식사할 수 있는 저녁 룸 자리를 양도한다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었는데요. 구매자는 해당 예약권을 양도받기 위해서는 양도비 명목으로 10만 원 에서 20만 원을 추가 지불해야 합니다.
지난해 1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체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중음악 공연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에서 2년 만에 4224건으로 훌쩍 뛰었습니다. 코로나19 종식에 따라 공연이 많이 열리는 흐름을 감안해도 폭발적인 증가세인데요.
문제는 법적 규제는 미비하다는 점입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암표를 판매한 사람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경기·공연 티켓, 식사권, 호텔 숙박권은 모두 경범죄 처벌법 대상에 포함이 되지 않는데요.
공연계와 유통업계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암표 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는 되팔이꾼을 잡기 위해 신고 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판매자가 판매한 상품을 구매자가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경우에만 가능한데요. 중고 물품을 1원에 올려놓고 개별 메시지를 통해 가격을 정하는 방식으로도 진행되어 모든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같은 문제가 확산되자 현재 국회에는 온라인에서의 암표 거래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요. 상임위에 계류돼있는 상태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암표 매매 처벌 대상을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등으로 한정한 낡은 경범죄 처벌법부터 서둘러 개정돼야 한다”며 관련 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법안의 통과가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