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영화 '서울의 봄'에 나와 유명해진 대사다. 대사가 나온 상황은 차치하고 뜻만 해석한다면 위험을 감수한 만큼 뒤따르는 보상도 커진다는 의미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상식적이지만 코인판에는 비상식적으로 통한다. 성공 뒤에 큰 보상이 따르는 건 같지만, 실패 뒤에도 대가를 치루지 않는 사례가 더 많다. 개중에는 투자자를 지렛대 삼아 돈을 벌면서도 발생한 문제는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있다. 금전적으로든 법적으로든 말이다.
가상자산 시장도 몇 년간 불장과 베어장을 오르락 내리락 할만큼 나름의 역사와 패턴이 쌓였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도 눈독 들이는 자산군으로 인정받았다. 매니악한 투자 자산에서 양지로 올라온 셈이다. 그럼에도 크립토 산업은 허상이고 사기라는 시선이 한 켠에 자리 잡았다. 부정적인 시선을 더욱 강화시키는 건 거짓과 사기가 진실로 드러났음에도 책임지지 않는 행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 일부 예치ㆍ운용업체가 일방적으로 고객 출금을 중단했다. 해당 업체는 같은 해 2월 제공하는 서비스 위험 관리에 대한 질문에 “국내 대형 로펌을 통해 진행하는 비즈니스에 대한 법무 검토를 받고 있기에 문의한 리스크에 대해서는 해당이 없다”고 설명했다. 출금 중단 조치가 이뤄진 건 그로부터 4개월 뒤다. 출금 정지는 2022년 11월 FTX 사태의 여파인데 이후 3개월이 지날 동안 피해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 셈이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서비스 이용자들은 피해 규모나 보상 계획에 대해 알지 못한다.
시장 저변에는 더 노골적인 다단계 방식으로 피해자를 양산한다. 강남 인근 카페에 들어서면 양복을 빼입고 이름 모를 코인에 대해 설명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는 말은 대부분이 비슷하다. 지금 코인을 사면 언제 상장하고 상장 후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을거라는 내용이다. 과거 T코인이 그랬고 지난해 P코인이 그랬다. 수 억원에서 수십 억원에 달하는 피해 금액에 비해 해당 코인 발행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벌을 받았다.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면 코인판에 실패해도 본전이라는 생각이 상식으로 통하게되면 거짓과 사기는 사라지기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