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부모님 빚 때문에 상속 포기했는데, 사망보험금 받을 수 있나요?

입력 2023-12-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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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애 법무법인(유한) 원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사진 출처 = 이미지투데이)

얼마 전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인데, 생전에 부채(빚)를 많이 지신 걸 깨닫고 상속 포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가입했던 보험금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돌아가신 부모님의 채무가 많아 상속 포기를 선택했는데 부모님이 가입했던 보험금을 받아도 되는지,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은 어떻게 되는지 등 조경애 법무법인(유한) 원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짚어 봤습니다.

Q. 부모님 채무가 많아 상속 포기했는데, 부모님이 가입했던 보험금은 받을 수 있나요?

A. 상속인이 상속 포기를 한 경우 피상속인(이 사안에서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부정사용해선 안 됩니다. 그런데 보험금의 경우 수익자를 누구로 정했는지에 따라 피상속인의 재산인지 상속인의 재산인지가 달라집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익자를 부모님 자신으로 정했다면, 그 보험금은 부모님의 재산에 속하게 됩니다. 따라서 보험금은 피상속인의 재산이므로 이를 처분하거나 부정사용하면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되어 상속포기의 효과가 사라지고 상속채무를 변제하여야 합니다.

반면 보험계약에 수익자를 상속인 또는 자녀 등으로 정한 경우, 그 보험금은 바로 수익자인 상속인 또는 자녀 등의 재산에 속하게 됩니다. 피상속인의 재산이 아니므로 이를 처분하거나 사용해도 ‘단순승인’이 되지 않아 상속 포기에 영향이 없습니다.

Q. 산업재해로 돌아가신 부모님 또는 배우자의 유족보상금을 받으면, 상속 포기를 할 수 없나요?

A.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사망한 경우 유족에게 유족보상연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의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족은 민법상 상속인이 아니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별도로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사실혼 배우자를 포함),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 형제자매’로 정하고 있고, 유족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순위 및 조건도 별도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유족에게 지급하도록 정한 유족보상금은 상속과 무관하게 유족들에게 직접 청구권이 인정되는 유족들 고유의 권리입니다. 상속을 포기한 자녀 또는 배우자가 유족보상금을 수령한다고 하더라도 상속 포기의 효력이 소멸하지 않습니다.

Q. 돌아가신 부모님의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공적연금은 어떻게 되나요?

A. 돌아가신 부모님이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공적연금 받고 있었던 경우, 그리고 이미 수령해 부모님의 은행계좌에 입금된 연금은 부모님의 재산으로 상속재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상속을 포기한 자녀 또는 배우자가 이처럼 부모님이 이미 수령한 연금을 임의로 사용하면 단순승인으로 간주되어 상속 포기의 효과가 소멸합니다.

다만 국민연금법이나 공무원연금법, 사학연금법 등 공적연금에 관한 법률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마찬가지로 별도로 유족의 범위를 정해 유족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에따라 유족으로 인정돼 유족연금이 지급된다면, 그 유족연금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상속재산의 아니라 유족의 고유한 권리입니다. 유족연금을 수령해도 상속 포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Q. 돌아가신 부모님이 다녔던 회사에서 퇴직금을 받으면 상속포기를 할 수 없나요?

A.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 후 받는 돈으로 그 근로자의 재산에 해당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돌아가신 부모님이 재직하였던 회사에서 지급한 퇴직금은 그 부모님의 상속재산입니다.

민사집행법은 퇴직금의 1/2에 대한 압류를 금지하고 있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퇴직연금 전액의 압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퇴직급여의 압류를 금지하는 취지는 사회보장적인 차원에서 해당 근로자뿐 아니라 그 부양가족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퇴직금의 1/2 및 퇴직연금 전액을 수령한 것은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일부 1심 법원의 판결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법리가 대법원 판례로 확립된 것은 아닙니다. 최근 이와 반대로 별도의 정함이 없는 한 유족의 고유권리라고 볼 수 없다는 하급심 판결도 나오고 있어서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 단순승인으로 간주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회사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사망퇴직금을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에는 사망퇴직금을 유족에게 바로 귀속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최근 회사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한 법적 성질을 유족의 고유재산으로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돌아가신 부모님 회사의 단체협약 등에서 사망퇴직금을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정하고 있는 경우, 그 사망퇴직금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상속재산이 아니라 유족의 고유재산에 해당하므로 사망퇴직금을 받더라도 상속 포기를 할 수 있습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조경애 법무법인(유한) 원 변호사

조경애 변호사는 제3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연구원,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을 지냈고 2018년부터 변호사로 근무 중입니다. 인사‧노무, 건설‧부동산 및 형사, 공기업 및 기업의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등 송무 및 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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