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심장약 오래 먹으면 신장 망가진다? [올어바웃 댕냥이]

입력 2024-01-04 07:00수정 2024-01-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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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반려동물 사망 3순위…조기진단 중요, 주기적 청진·혈압 확인

▲최호선 24시 화이트 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이 고양이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제공=24시 화이트 동물메디컬센터)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싶지만,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SNS나 유튜브를 통해 인기 반려동물의 소식을 즐겨 보는 이들을 ‘랜선집사’ 라고 부른다. 하지만 랜선집사에게 매번 좋은 소식만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몸이 불편해 동물병원을 방문했다는 이야기나,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듣게 된다.

최근 배우 고은아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반려견 ‘구름이’와 ‘하늘이’가 심장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영상에는 랜선집사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수백 개의 응원 댓글을 달았다.

심장질환은 반려동물 질병 사망 원인인 중 3순위 안에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8세 이상 노령의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자주 발견되지만, 선천적으로 기형이 있다면 어린 나이에도 심장질환이 찾아올 수 있다. 심장질환은 조기 발견이 어려울 뿐 아니라 늦게 발견할수록 순환기계통의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쳐 치료가 까다롭다.

심장질환의 종류는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강아지 심장병’ 혹은 ‘고양이 심장병’으로 부르지만, 원인에 따라 △심장 판막에 이상이 생기는 이첨판폐쇄부전증 △심장 혈관에 이상이 생기는 대동맥협착증·폐동맥협착증·동맥관개존증 △심근이 두꺼워지는 확장성심근병증·비대성심근병증 △심장 격벽에 이상이 생기는 심방중격결손증·심실중격결손증 △심장사상충으로 인한 심장의 이상 등이 있다. 이 중 강아지 심장병의 약 60%는 이첨판폐쇄부전증이며, 고양이의 경우 비대성심근병증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반려동물의 심장질환은 초기엔 대부분 증상이 없다. 특히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불편함을 잘 참고 숨기는 습성이 있어 심장에 이상이 생겨도 보호자가 알아차리기 어렵다.

심장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은 움직임이 감소하는 것이다. 걷거나 뛰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한다. 강아지는 산책마저도 거부한다. 또 호흡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숨을 가쁘게 쉬거나 힘들어하며, 기침과 헛구역질같이 ‘캑캑’거리는 소리를 자주 낸다. 증상이 심해지면 빈호흡, 호흡곤란, 목을 길게 빼고 앉아서 호흡하는 ‘기좌호흡’을 보이기도 한다. 때에 따라 혀가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나 객혈, 기절 등의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호선 24시 화이트 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은 “객혈이나 청색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이미 심장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일 수 있다”며 “2~3일 이상 호흡이 부자연스럽다면 동물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심장병이 아니더라도 기침 등의 호흡 이상은 여러 가지 질병의 초기 증상일 수 있어 검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반려동물의 심장질환 진단에는 청진과 혈압검사가 기초적으로 시행된다.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을 방문해 청진과 혈압을 재는 것만으로도 심장질환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다. 다만, 반려동물의 흥분도가 높아 청진 시 호흡이 거칠거나 움직임 있다면 심장과 폐의 잡음이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시각적으로 심장질환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엑스레이(X-ray)와 심장 초음파 검사다. X-ray 검사로 심장의 크기와 형태, 기관을 밀어 올리는 정도를 체크 한다. 심장 초음파 검사는 심장의 움직임이나 기능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심장의 구조적 이상 여부도 추측할 수 있다. 영상의학 장비를 이용하면 청진에서 확인되지 않는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심장질환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혈액검사가 있다. ‘ProBNP’ 검사는 심장질환 확인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혈액검사방법이다. 판막질환으로 혈액이 역류하면 좌심방이 확장되면서 심근의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이때 발생하는 호르몬을 ProBNP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심장질환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의 순환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폐나 신장 등 다른 장기에도 악영향을 준다. 심장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장기까지 이상이 생기면 치료가 더욱 요원하다. 반려동물이 노령 시기에 접어들었다면 평소 이상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1년에 한 번 건강검진 시 심장에 대한 체크를 같이 진행하는 것이 좋다.

심장질환이 발생한 강아지는 치료를 통해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언제든 다시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주기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질환의 특성상 약을 먹더라도 장기의 기능 자체가 향상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심장질환은 완치보다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반려동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심장질환 관리 시 보호자들은 투약 관리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투약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투약을 건너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주치의와 상의 없이 임의로 투약량을 변경하는 것은 금물이다. 수의사와 상의 없이 임으로 심장약을 중단하거나 변경하면 급성 폐수종이 발생하거나 심장질환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심장과 신장은 순환기계 장기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최 원장은 “동물병원에서는 심장질환의 치료와 더불어 신장의 상태도 세밀하게 확인하면서 약의 종류와 용량을 결정한다”라며 “수의사와 상의 없이 보호자가 임의로 투약을 중지해서는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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