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 실업자들의 피난처 된 도서관

입력 2023-12-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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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출석률로 실업률 지수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나와”

▲중국 베이징대 도서관 전경. 베이징/신화뉴시스

도서관이 중국 청년 실업자들의 피난처가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숍은 돈이 들고, 과거 거품 경제 붕괴 후 1990년대 일본의 실업자들이 선택한 공원은 날씨가 나쁠 때는 곤란하다. 이에 중국에서 도서관이 실업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좋은 장소로 낙점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경험담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경치침체와 기록적으로 높은 청년 실업률로 코로나19 펜데믹에서 벗어난 후 한 세대 만에 가장 큰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유능한 인재들이 직장을 그만두면 곧바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탄탄한 고용시장만을 경험한 중국 젊은이들에게 이는 완전히 낯설다.

이에 WSJ은 오랜 시간 갈 곳이나 은신할 곳이 필요한 많은 젊은이들이 도서관으로 피신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가령 36세 여성 진란은 사모펀드 회사에서 일자리를 잃은 지 2년이 지난 현재 평일마다 베이징 공립 도서관에 일찍 도착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칸막이 자리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있다. 그녀는 매일 같이 도서관에 나타나는 많은 젊은이들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자신과 같은 실업자라는 것을 눈치 챘다.

어떤 사람들은 집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느끼거나 가족이나 친인척들에게 직장을 잃었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서 실직을 숨기고 도서관을 매일 다니고 있다.

중국의 공식 실업률은 약 5%로 상당히 낮지만 경제학자들은 중국 농촌 인구의 상당 부분이 조사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고용 시장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 실업률 수치는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도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최근에 정규직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수를 반영하지 못한다.

청년 실업률은 올해 초 21.3%로 집계됐는데, 이후 정부는 방법론을 개선해야 한다며 데이터 공개를 중단했다. 당국은 대학 졸업생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많은 민간 기업들은 계속해서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

이렇게 도서관을 피난처로 삼은 청년 실업자들이 급증하자 한편에서는 실업률을 더 잘 측정하기 위해 도서관 출석 데이터로 실업률 지수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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