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R&D 예산 삭감, 작은 고통으로 봐달라”...현장은 여전히 ‘싸늘’

입력 2023-12-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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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 R&D 예산, 올해 대비 14.6% 감소
“미래지향적으로 선택과 집중해야”
현장에서는 ‘글로벌 R&D’ 지나친 강조 부작용 우려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도 과기정통부 예산 및 정부 R&D 예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나은 기자.

내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보다 15%가량 삭감되는 것이 확정된 가운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새로운 체계로 탈피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했다.

이 장관은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예산 확정과 관련해 “세계 최고 R&D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군살을 빼고 근육을 붙여가자는 취지”라며 “좀 더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서 과학기술 경쟁력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과기정통부는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과기정통부 소관 R&D 예산을 포함한 정부 전체 R&D 예산은 26조5000억 원 규모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삭감률이 16.6%이었던 정부안 대비 6217억 원 늘었지만, 올해 예산과 비교하면 14.7% 감소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타파” 발언 이후 나눠먹기·갈라먹기식 R&D 예산을 개편하겠다면서 전례 없는 대규모 예산 삭감안을 내놨다가 청년 연구자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을 샀다.

반발이 거세지자 과기정통부는 뒤늦게 릴레이 연구 현장 간담회를 열며 소통에 나섰고, 이후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 예산을 소폭 증액했다. 실제로 증액분은 연구 현장의 고용불안 우려를 의식한 듯 이와 관련된 분야에서 주로 투입됐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이번 예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구현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학생 인건비 대부분이 나오는 기초과제 예산이 계속 과제 기준 종전 25% 삭감에서 10% 삭감 수준으로 삭감률이 대폭 하향됐다는 점에서 우려할만한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봤다.

이번에 증액된 주요 R&D 예산을 살펴보면 계속과제와 창의연구 등을 포함한 기초연구 사업에 총 1528억 원을 추가 지원하고, 박사후연구원(포닥)들의 도전적 연구를 지원하는 집단연구사업을 450억 원 규모로 신설했다. 또 100억 원을 들여 우수한 이공계 석·박사과정생 100명 내외를 지원하는 ‘대학원 대통령과학장학금’을 신설하고, 연구장려금을 확대해 900명을 더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종 예산이 소폭 증액이 됐다고 해도 큰 실효성이 없어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기초분야 연구원은 “인건비가 중요한 분야가 있지만 화학 쪽의 경우 재료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인건비) 명목으로 예산을 늘리는 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거듭 강조하는 글로벌 R&D, 국제 공동연구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익명의 한 과학기술원 교수는 “최근 국제 공동 연구가 필수인 과제가 많아지고 있는데 문제는 연구비 총액은 그대로이거나, 줄였는데 (국제 공동) 연구가 필수가 되면서 교수들 사이에서는 전체 연구비의 상당 부분을 해외 기관에 줘야 하는 구조에 대한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해외 유명 연구기관이 대부분 미국·유럽이라서 인건비가 훨씬 비싸서 (연구비를) 많이 떼주지 않으면 같이 하려고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많이 떼주면 국내 연구비는 실질적으로 대폭 삭감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장관은 최근 조성경 과기부 1차관이 한 포럼에서 구체적인 사례 8가지를 들며 ‘과학계 카르텔’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순전히 (조 차관의) 개인적인 의견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예산 삭감이 과학기술계를 ‘카르텔’로 단정지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서도 “우리나라 연구자분들께 한번도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그분들이 진정 현장에서 연구에 열과 성을 다해준 덕에 우리나라 연구력이 세계적 수준이 됐다고 보고, 그분들께 늘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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