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공신 '토종 플랫폼' 발목잡는 '플랫폼법'…IT 강국 위상 '흔들'

입력 2023-1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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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마스크앱·잔여백신예약·전자출입명부
토종 플랫폼 국가 위기상황에 사회적 책무
국내 수입 5조 육박 구글·애플·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조세회피·망사용료' 꼼수만
“빅테크 대응 위해 토종 플랫폼 영향력 커져야"

정부가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자, 네이버·카카오 등 자국 플랫폼을 보유한 몇 안 되는 한국의 IT 강국의 입지가 흔드리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도 조세 회피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 글로벌 빅테크와 다르게 국가 위기 상황마다 발 벗고 나서 IT 강국의 위엄을 전 세계에 증명했던 토종 플랫폼이 규제로 성장동력이 상실될 경우 국가 IT 경쟁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종 플랫폼은 자연재해, 코로나 19 등 국가의 위기상황이 닥칠 때마다 앞장서 기술을 통한 혁신으로 사회에 이바지해왔다. 포털은 기술, 인프라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통해 방역당국을 도와 포털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 K 방역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적 마스크 앱과 잔여 백신 예약 시스템, QR코드 전자출입명부 도입 개발이다.

2020년 마스크 대란 당시 약국과 대형마트에는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 서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 일상이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정부와 협력해 플랫폼에 공적 마스크 잔여 수량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범국민적 혼란을 잠재우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와 카카오는 질병관리청과 협력해 카카오톡, 네이버앱, 네이버지도앱, 네이버 모바일 웹 등을 통해 잔여 백신 조회·당일 예약 서비스를 제공했다. 백신 예약 대란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대응책을 요구하자 민간에서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는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더라도 플랫폼의 사회적, 공적 책임에 집중한 행보로 국내에서 매출을 올리고 사회적 책무는 다하지 않는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와는 차원이 다른 행보다. 이는 자국 플랫폼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지진, 화재, 태풍 등 각종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플랫폼은 자체 재난대응 사이트를 운영해 포털의 공적 책무를 톡톡해 해낸 바 있다. 네이버는 올여름 재난 상황에 필요한 정보를 하나로 모은 #호우 페이지를 운영했고, 집중호우 지역을 중심으로 1만2000개 제보가 올라오며 활발한 소통이 이뤄졌다. 사진과 동영상 제보도 2000여 개를 웃돌며 실시간 지역 상황을 제공하며 기상청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기간통신사업자와 달리 공적 의무에 대한 엄격한 규율에 포섭되지 않기에 플랫폼 사업자의 선한 의무에 기댈 수밖에 없다”면서 “문제는 빅테크의 한국 장악력이 커지면 어떻게 관리할 거냐는 남는 숙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토종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 제정을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계부처가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어 협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지만 부처 간 정책 방향성에 대한 조율도 숙제다. 신 교수는 “현재의 플랫폼 자율규제는 정부와 기업이 협업해서 규제하는 차원으로 이미 정부가 일부 개입해 순수한 자율규제가 아니다”라며 “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플랫폼법을 제정한다고 하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책 방향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도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생성 인공지능(AI) 등장으로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이한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 플랫폼 규제가 도입될 경우 국내 플랫폼 산업 발전이 정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생성형 AI 개발에서 국내 토종 플랫폼이 빅테크에 뒤처진 상황에서 플랫폼 규제를 강화해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AI 주도권을 빅테크에 내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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