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부정적·3총리 연대설도 무위…동력 의문
'통합 비대위' 가능성 희박…창당 불가피 관측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반명(반이재명) 신당' 행보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내년 초 창당을 공언하더니 최근 '조건부 잔류'를 시사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의원 100여명의 집단 반발보다도 일부 측근의 지속적 만류와 '3총리 연대설' 와해 등에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이 나온다. 창당 철회 조건이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용퇴인 만큼 신당 수순은 이미 확정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전날(18일) KBS에서 "신당 창당 공식화는 과장된 해석"이라며 "이제까지 말씀드린 것은 '새해 초 국민께 말씀드리겠다'는 것이고, 그 뜻은 연말까지는 민주당에 시간을 주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이라도 획기적으로 변화한다면 당과 대화하고 여러가지를 함께 논의할 용의가 있다"며 "비대위가 획기적 변화의 시작이 된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이 전 대표가 13일 SBS에서 '진짜 창당하는가'라는 물음에 "예"라며 "욕심대로라면 (총선에서) 제1당이 돼야 한다. 그래서 지금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의 대안이 되는 것이 최고"라고 말한 것과 대비된다. 최근 이 전 대표가 창당 의지를 분명히 밝혀왔던 만큼, 돌연 퇴로를 열어둔 배경에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부담은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친명(친이재명)계는 물론 비명(비이재명)계를 넘어 측근 그룹까지도 신당에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공천 국면에 들어가면 비주류 연쇄 탈당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이 전 대표가 '반명 신당' 깃발을 들었는데도 민주당 의원 167명 중 합류하겠다는 현역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이 전 대표의 창당 동력에 의문을 깊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비명계 의원모임 '원칙과상식' 4인방(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조차 신당에 부정적이다. 친낙(친이낙연)계 설훈·윤영찬 의원 등은 이 전 대표에게 신당 만류 의사를 거듭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대선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병훈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신당 참여 의사가 없고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낙연 신당'에 참여할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신당 성공 여부를 떠나 이낙연이란 정치인에 대한 의원들의 평가가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책임지지 않는 이 전 대표의 스타일을 의원들이 신뢰하지 않는다. 그게 가장 결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의원 117명은 이 전 대표의 신당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호소문에 서명하기도 했다.
또 한 가지는 이 전 대표가 띄운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의 이른바 '3총리 연대설'이 '설'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는 두 총리를 거론하며 "현 상황에 대해 매우 깊은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말해 연대설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김 전 총리가 전날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길 위에 김대중' 시사회에서 이 대표를 만나 '이낙연 포용론'을 언급하고, 정 전 총리도 신당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빛바랜 모습이다. 이 대표는 28일 정 전 총리와의 별도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전 대표의 잔류 조건이 이 대표가 수용하기 어려운 '통합 비대위' 전환 등인 만큼 창당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신당 의지는 분명하다. 추락하는 대한민국, '이재명 사당화'에 따른 민주당 가치 훼손이 심각하기 때문에 창당을 준비하는 것"이라면서 "당명이나 발기인 모집이 돼야 창당을 공식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의 사퇴와 비대위라는 획기적 변화를 요청하고 기다리겠다는 말씀이지만, 결국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신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