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한 금융회사 직원과 미팅을 하면서 내년 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결국 총선이 변수가 되겠죠”라는 것이었다.
왜 금융시장을 전망하는데 총선이 변수가 된다는 말일까. 듣자 하니 일리가 있었다.
“올해 금융시장만 해도 결국 정치권에서 변수가 많았잖아요. 횡재세를 내세워 금융시장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니 그 틈을 타서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에 상생금융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고, 금리 인하도 종용받았죠. 그러니깐 금융시장도 공급과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의 말 한마디에 움직였잖아요. 내년에도 총선을 앞두고 얼마나 많은 퍼주기 공약이 나오겠으며 시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실제로 아직 금융시장에는 많은 위기가 잔존해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는 2금융권을 위협하고 있다. 일부 금융·경제연구소에서는 내년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다수의 저축은행이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권은 이런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보다 고금리 장기화로 이익을 거둔 은행권에 대한 수익 환원을 종용하기 바쁘다. 상생금융을 강화하고 횡재세 도입을 통해 거둬들인 이익을 환원토록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정책적 행동은 그야말로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끌어올리려는 포퓰리즘으로만 비춰진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여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기 위해 상생금융을 통해 은행권의 이익을 소상공인·취약차주에게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의 재원 하나 없이도 금융권을 쥐어짜 상생금융이라는 명목으로 다수의 국민에게 혜택을 주면서 현 정부와 여당의 치적으로 강조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맞서고 있는 것이 정치권에서 언급된 횡재세다. 횡재세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입법이 이뤄진 것이다. 금융회사가 지난 5년간 평균 순이자이익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이익을 얻으면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 역시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 할 수 있다. 횡재세는 이중과세한다는 논란도 낳고 있고, 자칫 횡재세로 인해 고금리 정책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이런 포퓰리즘 정책이 올해도 금융시장을 혼란하게 했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 큰 위기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한 뒤 부산을 찾아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며 부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마저도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데다 산은 내부 반발도 달래지 못한 상황에서 막무가내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내년 총선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금융권에서는 자칫 포퓰리즘에 치우쳐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까 우려한다. 지금은 하나라도 퍼주기를 하려고 애쓰기보다 있는 것을 지키려고, 위기 상황에 대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애써야 하는 때라는 것이다.
내년에도 금융시장에 부동산 PF를 비롯해 가계부채 관리, 내부통제와 디지털 전환 등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단순히 이런 과제들을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로 풀어가려 한다면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