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결정될 것으로 보였던 HMM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다. 유력 후보인 하림이 입찰가 제시 후 기존 전제 조건 조정을 원하고 있어서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매각자 측은 지난달 마감된 본입찰에서 하림과 동원의 입찰을 받았다. 이 중 매각 측의 희망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하림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하림이 입찰가와 함께 내건 조건들로 인해 선정이 지연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하림이 ‘매각 측이 보유한 영구채 전환 3년 유예’, ‘지분 5년 보유 조건에 JKL파트너스 제외’를 요구했는데, 이는 매각 측의 전제 조건과 충돌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산은은 향후 3년간 연간 배당금 5000억 원을 초과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영구채 전환을 유예하면 HMM 인수자의 지분율이 전환 전 58%에서 39%로 희석되지 않아 3년간 2850억 원의 추가 이익이 생긴다. 하림이 전환 유예를 요구하는 이유다.
하림은 지분 5년 보유 조건에 협력 중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를 제외해달라 요구했다. 사모펀드는 빠르게 수익을 내는 것을 선호해 이를 고려한 요구다. 동원 측은 하림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입찰 전제 조건이 달라지는 것이라며, 소송 의지를 밝힌 상태다.
해진공 측은 하림의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산은 역시 “영구채 전환 유예 조건은 변경 불가”라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협상을 끝내기도 쉽지 않다. 해운업 불황이 전망되며 시간이 갈수록 HMM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측돼서다.
산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하림의 요구를 들어주자니 동원의 소송 불사 및 불공정 논란은 물론 자금이 충분치 않은 곳에 HMM을 넘겼다는 비판도 걱정된다.
그렇다고 유찰하자니 추후 재입찰 시 지금보다 값을 받기도 어렵다. KDB생명 매각 지연, 아시아나 합병 지연에 이어 이번 입찰도 실패하면 국책은행으로서의 명예 실추도 우려된다.
산은은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길 바란다. 하림에게 기존 전제조건에 변화는 없다고 하고, 하림이 받아들이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 된다. 거부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유찰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가 첫 번째고, 그다음이 원칙 있는 패배, 그리고 최악이 원칙 없는 패배”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 산은이 되새겨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