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휴대폰이 해외에서 먼저 출시되는 이유

입력 2009-05-28 14:01수정 2009-05-2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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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휴대폰도 해외 먼저, 국내 출시 계획 미정…'국내는 땡처리 시장이냐' 지적도

국내 휴대폰 얼리어답터들은 국내 제조사가 만든 세계 최초의 투명휴대폰을 먼저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를 당분간 미뤄야 할 전망이다.

LG전자가 6월부터 투명 키패드를 장착한 투명휴대폰(모델명 LG-GD900 Crystal)을 유럽, 아시아, 중남미, 중아지역 등 전세계 40여 국가에 본격 출시할 예정이지만 국내 출시 계획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역차별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기 속에서 해외 마케팅 강화로 휴대폰 3강 체제 굳히기에 나서는 등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신제품이 한 템포 늦게 출시돼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발이 야기되는 것이다.

28일 LG전자 관계자는 “(투명휴대폰의) 국내 출시 여부가 확정 되지 않았다”면서 “국내에는 다른 폰들이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00유로 중반대의 프리미엄 가격으로 유럽 시장 등에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혁신적인 제품으로 해외 시장에 먼저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시사한 것이다.

LG전자가 해외 시장을 우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마트폰 대중화를 내건 인사이트폰 역시 북미시장에는 지난해 11월 출시했지만 국내에는 3개월 가량 늦은 지난 2월 출시됐다.

인사이트폰은 국내 출시도 늦은데다 스펙은 오히려 다운시켰다는 비판을 받아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북미지역과는 다르게 GPS기능이 빠져 스펙다운 논란을 일으킨 인사이트폰의 판매량은 LG전자가 공개하기 힘들 정도로 미비하다.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 관계자는 “(투명휴대폰이) 새로운 개념의 휴대폰이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외국(해외 출시가 먼저 이뤄진) 폰은 스펙다운 문제가 많아 100% 그대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글로벌 전략에 따라 국내 출시를 늦춘 휴대폰 신제품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이 ‘의혹의 시선’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고객통찰을 모토로 내건 LG전자가 유의해야할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LG전자가 일부 글로벌 전략 휴대폰의 국내 출시를 늦추는 배경을 마케팅 전략에서 찾고 있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휴대폰의 전략 개발에 따라 지역별로 출시 될 수 있다”면서 “국내에 이미 프리미엄 제품이 많이 출시돼 있다면 기존 제품의 경쟁력 약화 등을 우려해 신제품의 출시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에서 먼저 출시하고 반응이 좋으면 국내에서 출시할 때 마케팅 비용 등이 절감될 소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휴대폰 시장이 신제품의 ‘테스트 베드’ 성격을 잃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G전자 휴대폰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국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가운데 기술과 디자인의 발전이 가능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우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휴대폰 시장이 해외에 이미 출시된 제품들의 땡처리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라도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LG전자 투명폰은 7.62cm(3인치) 풀터치스크린에 투명 슬라이드 키패드를 장착한 제품으로 이 투명 키패드를 노트북의 터치패드처럼 사용할 수 있어 출시 이전부터 국내외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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