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저성장 전망…멀어지는 3%대 성장률 [저성장 늪 빠진 韓]

입력 2023-11-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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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IMF 등 주요 국내외 기관들 내년 韓 2%초반 성장 전망 제시
"가계부채 폭증, 금융시장 위기로 파급 시 2.0%도 달성 못해"
OECD, 한국 잠재성장률 0~1%대 전망…저성장 고착화 우려
이대로 가단 '日 잃어버린 30년' 전철…"구조개혁 해야"

우리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저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경제 기관들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으로 제시하고 있다.

당장의 성적표보다 향후 성장 동력을 보여주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안정적인 성장률로 불리는 3% 성장을 기약할 수 없는 셈이다.

26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는 17일 '2023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국책연구기관(KDI)도 IMF와 같은 2.2%를 제시했다.

두 기관이 제시한 2.2%는 종전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p), 0.1%p 하향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보다 낮은 2.1%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 민간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각각 2.2%, 2.0%의 경제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관이 2%대 성장률을 제시한 것은 올해 저성장에 대한 기저효과 및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의 영향으로 내년 한국 성장률이 올해보다 개선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고금리 하의 부채 부담 증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경직성에 따른 통화정책 전환 시점의 지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장기화·확전 우려, 중국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 저하 등으로 현저한 경기 회복세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된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경제연구원은 "빠른 속도로 재증가하고 있는 가계 등 민간부채에 대한 부실화 우려가 현실화돼 금융시장의 위기로 파급될 경우 2.0% 수준의 낮은 성장률 달성도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 말 대비 14조3000억 원 늘어난 1875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작년 3분기 잔액(1871조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며, 증가 폭은 2021년 4분기(+17조4000억 원) 이후 가장 컸다.

가계신용은 우리나라 가계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이용액 등(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인 빚을 뜻한다.

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의 2%초반대 성장은 선진국 그룹 중에선 양호한 수치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저성장 기조는 부인할 순 없다.

만약 많은 기관의 예측대로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가 1%대, 2%대 성장률을 기록하면 윤석열 정부는 2022년(출범·2.6%)를 시작으로 3년 연속 저성장이란 성적표를 받게 된다.

그만큼 현재 우리 경제에 놓인 여건이 녹록치 않고, 안정적인 성장률을 불리는 3% 성장 달성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이상 성장 달성은 코로나19 사태로 역성장한 2020년(-0.7%) 다음 해인 2021년(4.1%)를 제외하면 2017년(3.2%) 이후 없는 상태다.

우려스러운 점은 저출산 심화 등으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하락하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이란 노동력과 자본 생산성을 이용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최대치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돈을 풀거나 국가 주도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나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가를 보는 척도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 줄어들면서 잠재성장률이 2018~2022년 2.4%에서 2023~2027년 2.1%로 0.3%포인트(p)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와 내년은 2.2%를 기록하고 2025년엔 2.1%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OECD의 전망은 더 암울하다. OECD는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1%대 전망은 사상 처음이다. 내년에는 1.7%까지 낮아지고, 2030∼2060년에는 0.8%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국회예산정책처와 OECD는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인으로 인구감소에 의한 노동력 및 자본 감소 등을 꼽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력이 저하되면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장기 불황)'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 마저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모로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성이나 해외 일자리, 0.7명으로 낮아진 출산율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는 것에 따라 성장잠재력이 2%로 올라갈지 더 내려갈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시장, 교육, 경쟁 촉진, 여성 노동력, 해외 노동자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 구조개혁을 한다면 2% 이상 잠재성장률로 갈 수 있고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MF도 한국의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 노동시장에서 고용형태, 근로시간, 임금구조 등 고용관련 제도를 보다 유연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성별격차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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