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우리말] 다른 장소, 같은 시간 '크로스 커팅' → '교차 편집'

입력 2023-1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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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주' 스틸컷 (네이버영화,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의 최소 단위는 장면(shot)이다. 수많은 장면으로 이뤄진 영화에서 각 장면을 어떻게 이어붙일 것인가의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퇴근 후 집에서 치맥을 즐기는 직장인의 모습과 수술실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땀 흘리는 의사의 모습은 서로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두 모습을 나란히 이어붙인다면 '모종의 의미'가 생성된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촬영되는 것'이면서 동시에 '구성되는 것'이다. 영화는 촬영된 장면들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여러 부품을 하나의 구조물로 짜 맞추기. 그게 바로 영화의 본질이다. 영화를 '편집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의 여러 편집 기법 가운데 크로스 커팅(cross cutting)이라는 기법이 있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발생한 사건을 교대로 보여주는 기법이 바로 크로스 커팅이다. 극적 긴장을 높일 때 주로 사용된다.

예를 들면, 부모가 없는 집에 아이가 홀로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과 그 아이를 납치하기 위해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악당의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는 게 크로스 커팅이다.

악당에 의해 고통당하는 피해자의 모습과 그 피해자를 구원하기 위해 달려가는 영웅의 모습을 교대로 보여주는 것도 크로스 커팅의 흔한 예다.

국립국어원은 크로스 커팅을 '교차 편집'으로 순화해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일을 병치하는 교차 편집은 장면과 장면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영화적 힘에 주목하는 기법이다.

영화 '동주'에서 이준익 감독은 일제를 규탄하며 연설하는 송몽규(박정민)의 모습과 자신의 시집 번역에 관한 일로 친구와 통화하는 윤동주(강하늘)의 모습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준다.

전자가 국가를 위한 일이라면 후자는 지극히 사사로운 일이다. 독립된 두 장면의 병치를 통해 영화는 망국의 땅에 살았던 청춘들의 딜레마를 스크린에 아로새긴다.

이처럼 교차 편집은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발생한 사건을 병치함으로써 장면 사이에 특정한 인과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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