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큰 평수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가 최근 주춤한 집값 지표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오름세가 계속될 것 같아 이사를 서두르려고 했는데 조금 더 기다리면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집값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가 엇갈리고 있다. 주간 아파트 가격의 오름폭이 축소되고 매물은 계속 쌓이는 모양새다. 이와 반대로 집값을 밀어 올릴 수 있는 전세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집값이 단기 급등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시장 흐름을 더 지켜보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통계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6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03% 상승하며 3주 연속 오름폭이 둔화했다. 지방은 상승률이 높아졌지만, 수도권이 떨어졌다. KB부동산 통계로는 2주 연속 0%를 기록했다. 지난주만 놓고 보면 수도권이 0.02% 올랐고 5개 광역시는 0.03% 내렸다. 기타지방은 보합이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아파트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의 집계를 보면 현재 전국 아파트 매물은 51만여 건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31.2% 늘었다. 지난달 하순에 비해서는 소폭 줄었지만, 역대 최고 수준이다.
매수자 우위 지수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을 수 있다. KB부동산 매수자 우위 지수는 8월 중하순 33.9에서 내림세를 지속하며 24.4(6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사려는 사람, 낮을수록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이와 반대로 집값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전셋값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중심으로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원 주간 통계에서 11월 첫째 주 전세가격은 전주와 같은 0.12% 상승하며 16주 연속 올랐다. 수도권은 상승 폭을 유지했고 서울과 지방은 오름폭이 커졌다. 전세 선호현상이 강해지고 있어 전셋값은 지금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불확실성 등을 생각해 섣불리 매매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는 등락이 있겠지만 고금리, 경기침체 등의 영향 때문에 전반적으로 보면 내년에는 약보합 정도의 흐름이 나타날 것이고 그 이후 추가 조정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부득이하게 집을 사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장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에 관해서는 매매가격을 밀어 올릴 때까지는 시차가 있다는 점 등에서 현재로썬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작년 4분기만큼 큰 폭의 조정이 올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필요하다면 지금 매수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도 "가격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 분양, 경매, 기존 주택매매 시장의 가격을 비교하면서 적정한 매물을 찾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갈아타기의 경우에는 거래가 많지 않은 시장 상황을 생각해 기존 집을 먼저 매각한 뒤 새집을 구하는 게 낭패를 보지 않는 방법"이라며 "신혼부부라면 내년 나오는 신생아 특례대출 활용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