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 ‘레드카드’ 준 교사…헌재 “아동학대 아냐”

입력 2023-10-3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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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교육적 목적…정상적 훈육”
아동학대로 본 檢 기소유예 취소

교실에서 이른바 ‘레드카드’ 제도를 운영한 교사의 지도 행위에 대해 교육 목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정상적인 훈육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에 헌재는 검찰이 아동학대로 보고 기소를 유예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0월 결정 선고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전주지검이 교사 A 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고 31일 밝혔다.

A 씨는 2021년 전주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로 일하면서 수업 시간에 잘못한 학생들의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카드 옆에 붙인 뒤 방과 후 교사와 함께 교실 청소를 하도록 했다. 이를 ‘레드카드’ 제도라고 이름 붙였다.

A 씨는 같은 해 4월 학생이 수업 중 먹다 남은 페트병으로 계속 큰 소리를 내자 레드카드를 줬다. 하지만 이 학생이 방과 후 교실에서 빗자루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하교를 지시했다.

학생의 어머니는 A 씨를 고소했고, A 씨는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4월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A 씨는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청구인 A 씨는 학생들 일반에 대해 교육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정상적인 훈육의 일환으로 레드카드를 줬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A 씨가 학생에게 방과 후 청소를 지시했는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해당 학생의 진술만 있는 상황에서 A 씨가 명시적인 지시를 했는지, 레드카드를 준 것만으로 묵시적인 지시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교실 청소를 시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 중대한 수사 미진의 잘못이 있다”며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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