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고객 관점에서 재정의”… 구성원들의 인식도 변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978년생으로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젊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다른 그룹의 3세 경영인보다 10살 가까이 어리다. 이 때문인지 조용하고 겸손한 리더십으로 잘 알려졌지만, 구 회장 경영 행보는 공격적이었다.
구 회장은 취임 후 10 여개 사업을 정리했다. 2021년에는 적자가 이어지던 휴대폰 사업까지 접었다. 대신 전장과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했다. 돈이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접고, 될 만한 사업은 확실히 밀었다.
구 회장의 친아버지는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은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뒤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해 조카인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입적했다. 구광모 회장이 26살 때의 일이다.
구 회장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LG그룹에 대리로 입사해 과장과 부장을 거쳐서 8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2018년 구본무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구광모 회장은 LG그룹 총수로 취임했다. 4대 그룹 최초의 40대 총수이자 최초의 4세 경영인이 탄생한 것이다.
구광모 회장은 LG 회장 취임 이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LG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고객가치’를 제시했다. 이후 5년 간 일관되게 이를 전파하고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구성원들을 지지하며 고객가치 경영의 토대를 구축해왔다.
지난 4월 구 회장은 경기도 이천 인화원에서 열린 ‘2023 LG 어워즈’에 참석했다. LG 어워즈는 한 해 동안 제품ㆍ기술ㆍ서비스 등에 대한 혁신으로 고객가치를 창출한 성과를 격려하고 전파하는 자리다.
특히 올해 LG 어워즈에는 20 여명의 고객이 직접 심사에 참여해 그 의미가 남달랐다. 심사단 중 고객 대표 2명은 이날 LG인화원에서 열린 시상식에도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직접 시상했다. 올해 LG 어워즈는 고객이 직접 심사하고 시상하는 ‘고객’ 중심의 시상식이었다.
구 회장은 LG전자 베스트샵, LG유플러스 콜센터와 같이 최일선 고객접점 현장을 방문해 구성원들을 응원했다. LG 어워즈는 철저하게 고객가치의 관점에서 남다른 혁신을 이룬 구성원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구성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속 조직, 보직에 무관하게 ‘고객’을 이야기하는 구성원들이 늘고 있다. 구성원들이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나감으로써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고객경험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구성원들은 사내 시스템의 개인 프로필이나, 이메일 서명에 개별적으로 정의한 나의 고객과 나만의 고객가치를 적고, 다른 구성원들이 내가 생각하는 고객이 누구인지,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기존 최고 경영진이 정해 놓은 방향에 맞춰 산하 조직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구성원 개개인이 나만의 고객과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를 정의하고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는 바텀업(Bottom-up) 형태의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다.
이는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일에 대한 의미를 찾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직원의 만족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객 감동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실제 LG 구성원들이 정의한 고객의 모습은 단 하나도 똑같은 내용이 없을 만큼 천차만별이면서 매우 구체적이다.
LG의 미래 준비도 구 회장이 제시한 ‘고객가치’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LG는 고객가치를 혁신하고 새로운 고객경험을 전하기 위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A-B-C(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를 적극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신성장 사업 일선에 있는 경영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관련 분야 임직원들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지속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