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 발표…인상 수준 등 구체적 수치 제시 안 해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시 인상 속도를 연령계층에 따라 차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관건은 인상 폭이다.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 목표 제시를 공론화 이후로 미뤘다.
보건복지부는 27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방향의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되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국민연금 장기 재정전망과 제도 개선사항, 기금운용계획 등이 포함돼 연금개혁안으로도 불린다.
앞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향후 70년간(2023~2093년) 기금 유지를 목표로 보험료율 인상안(12·15·18%)과 수급 개시연령 상향안(65세→68세),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안(0.5~1%포인트(P))을 조합한 18개 재정안정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번 계획에서 보험료율 인상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구조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 특위 논의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논의된 자료를 충실하게 제공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보험료율 인상 수준을 연금특위를 중심으로 한 공론화를 통해 구체화할 계획이다.
보험료율 인상 수준이 결정되면, 정부는 연령계층별로 인상 속도를 차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험료율을 현행(9%)보다 5%P 올린다고 가정할 때, 보험료율 9%로 오래 납부한 40·50대에 대해선 5년간 매년 1%P씩 보험료율을 올리고, 보험 가입기간이 짧은 20·30대에 대해선 20년간 매년 0.25%P씩 인상하는 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집단심층면접(FGI) 결과, 젊은층에서 더 내고 덜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며 “보험료율을 인상한다면 연령계층별로 속도를 차등하는 게 세대 간 형평성, 공정성 차원에서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급 개시연령 및 의무가입 상한연령 상향도 이번 계획에선 빠졌다. 정부는 고령자 계속고용 여건(정년 연장)이 성숙한 이후 두 방안을 연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안화장치 도입,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 등은 공론화 과제로 제시했다.
변수는 국회다. 연금특위는 이달 말까지인 특위 활동기한을 내년 5월까지로 연장하기로 했지만, 활동기간 중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끼어있다. 여야 모두 총선을 앞두고 ‘표 떨어지는’ 정책인 보험료율 인상을 밀어붙이기 쉽지 않다. 그나마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시기는 총선(4월 10일) 이후 22대 국회 개원(5월 30일) 전까지다. 이 기간에도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연금특위도 ‘리셋’된다. 특히 여야 원내지도부 재편, 전반기 원구성, 국정감사, 예산안 심의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연금특위 재구성 여부도 불투명하다.
연금특위가 재구성돼도 단기간 내 결론이 나오긴 어렵다. 현재 특위도 지난해 7월부터 1년 3개월째 가동 중이지만, 열 차례 민간자문위원회 토론회를 개최한 것 외에 한 게 없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계획에 재정계산위원회 권고를 일부 반영했다. 정부는 기금운용 수익률을 1%P 이상 끌어올리고, 전문성 제고를 위해 전략적 자산배분 권한을 기금본부로 이관할 계획이다. 또 해외·대체투자 비중을 2028년까지 60% 수준으로 확대하고, 내년부터 대체투자 분야 인력을 대폭 확충한다. 주요 금융중심지에 해외사무소도 추가 설치한다.
수급자 실질소득 제고 차원에서도 일부 대책을 내놨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대상을 납부재개자에서 저소득 지역가입자로 넓히고, 지원기간도 확대한다. 또 경제활동 노령연금 수급자에 대한 연금액 감액제도를 폐지하고, 유족연금 지급률 하한선을 40%에서 50%로 높인다. 이 밖에 국민연금 지급보장 근거를 법률에 명문화하고, 출산·군복무크레딧을 확대한다. 출산크레딧은 지원대상을 둘째아 이상에서 첫째아 이상으로 확대하고, 군복무크레딧은 인정기간을 6개월에서 군 복무기간 전체로 늘린다. 크레딧 인정 시점도 사유 발생 시점으로 앞당긴다.
복지부 관계자는 “출산크레딧 국고부담률(30%)도 많이 올리고자 한다”며 “이 부분은 재정당국과 협의가 필요하지만, 지금보단 더 부담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