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들고 협상 테이블 돌아온 큐텐, 인수 의지 확고
시너지 효과는 '글쎄'…티몬·위메프, MAU 감소세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증시 상장 '발판' 비판도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SK스퀘어의 11번가를 놓고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한 때 인수 포기설이 돌았지만 최근 실사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큐텐이 11번가를 품을 경우 단숨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 3위에 오르지만 파괴적인 시너지를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발판’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2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11번가 모기업인 SK스퀘어와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큐텐은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18.18%와 SK스퀘어의 지분 80.26%의 일부를 인수해야한다.
업계는 큐텐이 11번가 인수 의지가 확고하다고 본다. 지난달 초 가격 문제 등으로 큐텐의 인수 포기설이 나왔지만 최근 자금을 들고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는 이유에서다. 큐텐은 인수 비용 마련을 위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코스톤아시아와 IMM인베스트먼트를 통해 5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숨에 3위에 오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 상위권은 쿠팡(24.5%), 네이버쇼핑(23.3%), G마켓·옥션·SSG닷컴(10.1%)이다. 큐텐 연합군(큐텐·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의 시장 점유율은 4.6%다. 여기에 11번가 점유율(7%)을 더하면 11.6%가 돼 신세계 연합군을 제치게 된다.
다만 큐텐이 11번가 인수 이후 국내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앞선 사례를 볼 때 큐텐은 인수 후 직접구매(직구) 경쟁력 높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1번가는 일찍부터 해외직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아마존과 협업 체계까지 구축하고 있다.
인수 후 11번가의 연계 서비스들이 지속 운영될지도 미지수다. 우주패스가 대표적이다. 우주패스는 SK텔레콤에서 제공하는 구독형 멤버십이다. 아마존 무료배송, 11번가의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데 매각 이후 서비스 제공이 어렵지 않겠냐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아마존과의 협력 관계 역시 유지될지 불투명하다.
큐텐의 사업 능력을 두고도 우려가 나온다. 큐텐은 지난해 9월 티몬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차례대로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인수 이후 티몬과 위메프의 월간 사용자 수는 감소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9월 티몬의 월간 사용자 수는 316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 1월과 비교하면 11.5% 감소했다. 위메프의 9월 월간 사용자 수는 288만 명으로 나타났다. 인수 직전인 3월과 비교하면 25.6% 급감했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에 적용한 직구 경쟁력 제고,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빠른 배송 등 큐텐 DNA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커머스업계는 큐텐이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몸집 불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본다. 다수의 판매자가 큐익스프레스 물류망을 이용하도록 해 매출, 거래량 등 평가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큐텐이 인수한 업체를 보면 이후 전략이나 비전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아 11번가 내부에서도 인수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존재할 것”이라며 “현재로써는 큐텐의 인수 움직임이 큐익스프레스의 몸값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