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과제 안은 이창용, 물가 안정 지연·경제 성장 우려 ‘난제’

입력 2023-10-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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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19일 회의서 기준금리 3.5% 동결 결정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불확실성 커져 조정없이 유지
내년 물가·경제성장 전망치에도 불확실성 ‘가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불확실성’이란 난제에 직면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한 변수가 국내 경제에 어떻게 반영될지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가는 어떻게 반응할지 미지수이고, 경제성장률을 예상하기 위해 필요한 시나리오도 미정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9일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올해 1월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 6회(2·4·5·7·8·10월)째 금리 조정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금리 동결의 가장 큰 배경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다.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는 만큼 변화(금리 인상) 대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내년 소비자물가, 기존 전망치 상회할 가능성 높아졌다”

한은은 올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3.5%, 2.4%(근원물가 기준 3.4%, 2.1%)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전망치 수정도 고민해야할 분위기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올해 및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전망치(3.5% 및 2.4%)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18일 기준, WTI 88.32달러, 브렌트유 91.30달러)를 넘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가 상승에 연동된 물가 변동 경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유가·농산물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3.7%로 집계됐다.

이 총재도 당초 물가가 내년 말에는 2%초반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던 것도 현재로서는 확언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 총재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단하기는 좀 어렵다”면서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더 적합할 것 같다’ 이런 말씀 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 12월 말까지 (물가가) 2%에 갈 거냐고 물어보시면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며 “다만 저희가 볼 때는 그 수준으로 수렴해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속도가 8월에 예측했던 것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다만 이 총재는 국내 물가 목표치인 2%를 달성하는 시기가 미국보다는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물가 2%라는) 같은 목표 수준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이 훨씬 높았기(9%대) 때문에 빨리 내려오는 거고 저희는 그보다 낮았기(6%대) 때문에 속도가 당연히 더딘 것”이라며 “통화정책을 덜 긴축적으로 한 거냐 이렇게 해석하지 마셨으면 한다. 목표 수준 2%로 수렴하는 시기를 보면 저희가 미국보다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경제전망 발표 때 어떤 시나리오를 둘지도 미정”

불확실성은 다음 달 예정된 경제전망 준비에도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올해 경제(GDP)성장률은 1.4%, 내년 연간은 2.2%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심지인 가자시티 내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17일(현지시간) 공습에 따른 폭발로 쑥대밭이 됐다. 이번 폭발로 최소 500명이 숨졌으며 중동 전역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의 공습이라고 비난했지만,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오폭에 따른 것이라고 맞섰다. 가자(팔레스타인)/EPA연합뉴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경제는 수출 부진 완화로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면서 올해 성장률도 지난 8월 전망치(1.4%)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총재는 당장 다음달 경제전망을 할 때 어떤 경제 상황(시나리오)을 반영해야할 지도 결정해야 한다. 이 총재는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경제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여러 정치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것이 지역 분쟁으로 확대될 건지 아니면 지역 분쟁을 넘어서 더 크게 변화할 건지, 공급뿐만 아니라 정말 더 여러 시나리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11월에 저희가 새로운 전망을 발표해야될 텐데 그때 어떤 전망을 베이스라인으로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며 “남은 기간 동안에 계속 몇 주 살펴봐야 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집값 상승만 노린 주택 구입자 향해 쓴소리도 “본인 능력되는지 판단해라”

이 총재는 이날 집값 상승만을 기대하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고 있는 대출자를 향해서 쓴소리도 서슴치 않았다. 건설사의 시공 부담, 주택난 가중 등으로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무리해서 가계대출을 받는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질문에 견해를 밝힌 것이다.

금통위는 주택가격에 대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졌으며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6조1000억 원 증가했다. 기타대출이 감소(-1조3000억 원)하면서 가계대출은 4조9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매매가격(한국부동산원 지수 기준)은 수도권 0.4%, 서울 0.3% 오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 총재는 “집값이 올라갈 거라고 예상하더라도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레버리지를 내서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혹시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기준금리가 떨어져서 비용 부담이 적을 거다’ 그런 생각으로 하신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경고를 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이 총재는 “금리가 금방 조정돼서 금융부담이, 집을 그렇게 부담을 들여서 샀을 때 금융부담이 금방 그렇게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은 저는 안 든다”며 “본인의 능력 안에 있는지 능력 바깥에 있는지, 그리고 높은 금리가 유지될 때 단기적으로 부동산을 사고 금방 팔아서 자본이득을 금방 얻고 나올 수 있을지 그런 것들에 대한 판단은 자기가 해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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