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이 아닌 세계 각국과 함께 현대화”
“제조업 외국인 투자 제한 조치 전면 폐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일대일로의 이념이 ‘단결하면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지정학 게임, 집단 정치 대결을 하지 않고, 일방적 제재와 경제적 억압,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중국만을 생각하는 현대화가 아니다”면서 “수많은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세계의 현대화를 실현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이러한 언급은 일대일로 사업이 중국의 패권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박인 동시에 미국 등 서방국가의 대(對)중국 제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개방도를 높이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제조업 영역의 외국인 투자 허가 제한 조치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국유기업과 디지털 경제, 지식재산권, 정부조달 분야의 개혁을 심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더 많은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투자보호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며 “향후 5년(2024∼2028년) 중국의 상품 무역액과 서비스 무역액은 각각 32조 달러(약 4경3176조 원)와 5조 달러(약 6756조 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자신했다.
일대일로의 투자 규모도 늘렸다. 그는 “앞으로 ‘랜드마크 프로젝트’와 ‘작지만 아름다운’ 민생 사업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중국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3500억 위안(약 64조 원)의 융자 창구를 개설하고 실크로드기금은 800억 위안(약 15조 원)을 증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중국-유럽 정기 열차를 더 발전시키고, 카스피해 국제 운수 회랑과 새로운 유라시아 물류 채널, 육상·해상·항공 실크로드 건설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한편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취임 6개월째였던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처음으로 내놓은 구상이다. ‘하나의 띠, 하나의 길’이라는 뜻으로 중국 서부-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중국 남부-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가 양대 축이다.
10년이 지난 현재는 150여개 국가에서 누적 사업액이 2조 달러(약 2710조 원)대에 이르는 초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로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핵심 원동력인 만큼 참여국 상당수를 ‘채무의 덫’에 빠뜨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 10주년을 맞아 전일부터 이틀간 개최하고 있는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해 각국 정상과 정상급 인사 26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 기준 선진국 그룹 32개국 지도자는 이번 정상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