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6억으로 살 수 있는 새 아파트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2년 전만 해도 10채 중 9채는 6억 원 이하였지만 지금은 3채도 안 된다. 한동안 분양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이런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청약접수를 마친 전국 민간분양 아파트 5만4192가구(19일 기준) 중 6억 원 이하는 1만4893가구로 전체의 27.5%다. 2년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63%p 낮아진 수치다. 2021년은 전체 14만8555가구 가운데 90.5%인 13만4386가구가 6억 원 이하에 분양됐다.
6억 원 이하 새 아파트 비중은 지난해부터 줄었는데 특히 최근 두 달 새 급격히 축소됐다. 작년 분양된 곳 중 6억 원 이하 비중은 76.8%였고 올해 7월은 72%(6일 기준)로 70%대를 유지했다. 불과 2개월여 만에 6억 원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아파트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6억 원 이하 아파트의 빈자리는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 9억 원 초과가 각각 절반가량씩 채웠다.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 비중은 2021년 7.1%에서 올해 42.3%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9억 원 초과는 2.4%에서 30.2%까지 올라왔다. 9억 원 초과~15억 원 이하가 2.3%에서 22.9%, 15억 원 초과는 0.1%에서 7.3%로 높아졌다.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전국 기준으로 2021년 1305만 원에서 올해 1813만 원(9월 11일 기준) 38.9% 상승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1500만 원대였지만 올해 들어 급격히 올랐다. 올해 1월 전국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718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2177만 원이다. 특히 서울은 3779만 원으로 4000만 원에 가까운 수준까지 올랐다.
앞으로도 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6억 원 이하 새 아파트 비중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공사비 증가에 더해 공급 부족 우려로 청약에 나서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면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 만들어진 상황이라 건설사가 분양가를 낮출 이유가 없다"며 "비싸다고 평가된 단지들까지 완판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양가 오름세는 한동안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에서는 고분양가 논란이 있던 단지들도 모두 주인을 찾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는 전용면적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12억7200만 원에 나오면서 비싸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전 가구 계약이 완료됐다.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3.3㎡당 평균 4050만 원으로 전용 84㎡ 기준 15억 원을 바라봤지만, 완판에 성공했다.
부산에서 역대 최고 평균 분양가로 나온 '더 비치 푸르지오 써밋'은 전날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2대 1의 경쟁률로 모두 마감됐다.
양 소장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한번 높아진 가격이 크게 낮아지기는 쉽지 않다"며 "내 집 마련 계획이 있었다면 분양가 하락을 기대하면서 기다리기보다 청약에 나서는 게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