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계 조작은 국정농단…성역 없이 진상 규명해야

입력 2023-09-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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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문재인 정부가 국가 통계 조작을 일삼았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파악한 조작 기간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다음 달인 2017년 6월부터 4년 5개월간이다. 최달영 감사원 제1 사무차장은 15일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사건’ 중간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문재인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직간접 압박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하는 등 불법 행위를 했다”고 했다. “(주택 통계의 경우)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최소 94회 이상의 조작이 벌어졌다”고도 했다.

국가 통계는 정책 수립, 공적 자원 배분의 토대가 되는 자료다. 유엔 등에도 제공된다. 단순 과실로든 의도적으로든, 중대한 착오가 발생하면 국정이 어지러워지고 국가 신뢰도에도 큰 금이 가게 마련이다. 감사원은 그런 자료가 문재인 정부의 퇴임 6개월 전까지 줄기차게 조작됐다고 봤다. 부동산 정책,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의 실패를 감추고 지지 여론을 다지기 위한 것이었을 공산이 크다. 전임 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과의 전쟁’을 외쳤다. 통계 조작이 사실이라면 부동산과의 전쟁은 말로만 하고 실제론 통계와의 불법적인 전쟁에 몰두했던 것 아닌가. 기가 찰 노릇이다.

통계를 생산하는 기관·실무자를 겁박한 내막도 가관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임 정부 고위직들은 2020년 6·17 대책이 무색하게도 서울 집값이 치솟자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고 국토부를 압박했다. 앞서 2018년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발표 후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자 국토부는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부탁한다”며 부동산원에 거듭 압력을 가했다. 부동산원이 발표한 집값 변동률이 마음에 안 들자 직원을 불러 “조직·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윽박지른 일도 있다.

상부의 부당한 압력이 계속되면 다들 알아서 기게 된다. 부동산원은 2019년 2월부터 70주 동안 실제 조사 없이 임의 예측치를 산정해 보고했다고 한다. 상부 입맛을 살핀 가공의 예측치였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전임 정부 집권 4년 차에 대통령은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했다. 국토부 장관은 “14% 올랐다”고 했다. 당시는 KB국민은행 통계로도 집값이 두 배 가까이 급증해 불안과 공포가 증폭되던 시기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는 적절한 정책조합으로 대응하기는커녕 황당한 인식을 드러내고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만 쏟아냈다. 통계 조작 의혹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감사 결과를 보면 ‘통계 마사지’가 이뤄진 것은 부동산 통계만이 아니다. 소득, 분배, 고용 등에 걸쳐 폭넓게 반칙과 불법이 행해졌다. 감사원은 전임 정부의 주요 관계자 22명에 대해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전임 정부 출신 관료 등으로 이뤄진 정책포럼은 “통계 조작은 가능하지도 않고, 할 이유도 없다”고 반발했다. 어차피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국정농단 아닌가.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통해 의혹 실체를 밝히고, 어느 쪽이 옳은지도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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