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여파 없어…“영향력 줄고 디커플링 가속화”
인지세 인하 등 자본시장 살리기 나서…효과 미지수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은 고점이던 2021년 12월에서 올해 6월 말까지 약 17% 감소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1년 반 사이에 1조3700억 위안(약 250조 원)의 투자액이 빠져나갔다.
중국 증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은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하는 추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900억 위안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러한 매도 규모는 2016년 이후 최대다.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에서 이미 175억 위안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홍콩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펀드 참여도 2020년 말 이후 3분의 1 이상 급감했다.
외국인들이 중국 시장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된 원인으로는 수년간 지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 부동산 시장 위기, 계속되는 미·중 갈등 등이 꼽히고 있다. BNP파리바의 천즈카이 아시아·신흥국 주식부문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부동산 시장 불안, 내수 시장 위축 우려 등으로 인해 대중국 투자 비중을 재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11억 달러(약 1조4600억 원)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머시디 카운티 퇴직연금의 가우라브 파탄카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방정부 융자플랫폼(LGFV), 주택 재고 과잉, 인구 감소와 규제 변동성, 지정학적 고립 등 중국 리스크는 여러 가지”라고 지적했다.
조너선 포튼 국제금융협회(IIF)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자금 이탈은 중국 경기둔화를 막으려는 조치들에 대한 회의론 속에서 중국 경제 위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정서를 강조한다”고 해석했다.
한때 ‘셀차이나’ 후폭풍이 다른 신흥국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올해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 MSCI중국지수는 올해 약 7% 하락해 3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지만, MSCI 신흥시장지수는 3% 상승했다. 신흥시장지수에서 중국 비중은 2021년 말의 30% 이상에서 현재 약 27%로 낮아졌다. 채권시장에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올해 중국 국채에서 약 260억 달러를 인출했지만, 나머지 신흥 아시아 국가에는 총 620억 달러를 투자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포트폴리오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세계 나머지 지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당국은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달 말 주식거래 인지세를 기존 0.1%에서 절반인 0.05%로 낮췄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식거래 인지세를 인하한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었다. 기업공개(IPO) 속도를 늦추고 대주주의 지분 축소를 추가로 규제하는 등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다른 조치도 취했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노력에도 근본적인 원인인 중국 경제가 되살아나지 않는 이상 떠나간 외국인 투자자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